다양성이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
동양사상이 꽃 피웠던 시절은 춘추전국시대다.
그만큼 세상이 어지러웠기 때문에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사상도 많이 나왔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말로 하면 다양한 사상들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했다는 말이 된다.
적어도 자신의 사상때문에 죽음까지 이르지는 않았을테니 말이다.
이런 사상이 유교 사상이 집권층의 사상이 되면서, 다른 사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세상이 되면서 더이상 다양한 사상은 나오지 않게 된다.
다른 말을 하면 죽음에 이르는 세상에서 어떻게 다양한 사상이 발전하겠는가. 하다못해 유교에서도 주자학(성리학)만이 절대유일의 사상이 되고, 같은 유교임에도 양명학은 이단으로 취급받고 사문난적이라고 하여 목숨까지도 잃어야 하는 세상이 있었는데...
이런 일이 민주화 되었다는 현재에 일어날 줄이야. 물론 옛날 독재시대처럼 사상으로 인해서 목숨을 잃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사상을 펼칠 단체를 만들 자유를 박탈당하고 말았으니.
이를 민주주의라 할 수 있을까? 국가의 존립에 위험을 주는 정당이라 해산을 했다고 하지만, 어떻게 9명의 헌법재판관이 그것을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 국민들이 87년 민주화 투쟁을 통해서 기껏 얻어낸 민주주의가 헌법재판소에 판결권을 넘겨주는 일이었다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데...
정당은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 정당은 폭력으로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집단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호소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집권하려는 목적을 지닌 단체다. 그렇게 배웠다. 그런 정당의 강령을 보고, 실천을 보고 국민들은 투표로써 그들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표명한다고 배웠다.
이런 정당이 해산되는 때는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때다. 그 때 정당은 자연스레 해산되고 소멸된다.
그런데 달랑 9명의 헌법재판관이 정당 해산을 결정해 버렸다. 8대1로.
그들은 절대 권력이다. 그들이 판결하면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뭐 이의고 뭐고 없다. 그냥 최종심이다. 국민들이 행사해야 할 권력을 그들이 모두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들을 누가 뽑지? 국민이? 아니다.
이런 그들이 과연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그들의 판결이 국민의 뜻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까?
말이 막힌 사회, 그 사회는 더 이상 발전이 없는 사회다. 같은 말을 하기 위해 모인 정당을 해산하는 나라에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
는 기계인간이 될 뿐이다.
그러니 술만 마실밖에. 정말 술 권하는 사회다. 오래도 한참 오래된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가 떠오르는 시대가 되다니... 슬프다. 더불어 이청준의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가 생각난다.
또 얼마 전에 읽었던 이청준의 "소문의 벽"도 생각나고.
이 편이냐 저 편이냐를 강요하는, 그래서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사회.
아니지. 지금은 그래서는 안되지. 적어도 다양한 사상들이 함께 해야 하고, 그들의 사상을 국민들이 가감없이 받아들여 판단하게 해야지.
우리나라 국민들처럼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어디 있다고? 이들은 가만히 놔두어도 알아서 판단을 할텐데
, 왜 이들의 판단을 다른 사람들, 그것도 달랑 9명에게 위임을 하냐고.
그 9명이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들이냐고. 공화국을 다스리는 철인, 그런 철인 정치는 플라톤 때나 하는 말 아니냐고. 우리 국민들이 어리석은 백성들(즉, 중우)이냐고. 그래서 지금이 중우 정치 시대냐고... 아니지.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다. 공화국은 국민들이 주인이다. 판단을 국민들이 해야 한다. 누구에게 국민들의 권한을 위임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우리는 플라톤이 말한 "국가"시대에 살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이제 아무리 사회가 술을 권해도 술 속에 빠지지는 말아야겠다. 말을 막아버린 사회에서 말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양한 말들이 춤추는 사회, 그런 사회... 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