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공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무슨 구름 따먹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그가 성인(聖人)이라고 일컬어지기 때문에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또 춘추전국시대 인물이기에 한참 지나간 과거의 인물일 뿐이라고, 그의 사상은 이미 한물 간 사상이라고만 치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녹색평론에 연재된 배병삼의 글을 보면서 논어가 현대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알았고, 왜 그가 성인이라는 소리를 듣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의 말들은 그 시대의 말들이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말들이기도 했으니, 그의 말들은 역시 영적인 말이다.

 

논어의 많은 편 가운데 요즘 위정편이 마음에 내내 머문다.

 

정치가 하도 엉터리라서 그런지, 정치란 이런 것이다 하고 말하는 위정편을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 논어를 펼친다.

 

처음 시작이 학이(學而)편이고, 다음이 위정편이다. 이번에는 위정편을 집중적으로 읽기로 하고 읽어 보았다.

 

오래 전에 읽은 논어에 대한 기억으로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구절들이 많이 나온다. 이것들과 정치를 연결지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굳이 위정편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논어의 편제가 그렇듯이 처음 시작이 위정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치와 관련된, 지금 이 시대 정치인들이 명심해야 할 말을 찾아 본다.

 

爲政以德, 譬如北辰居其所而衆星共之(위정이덕, 비여북신거기소이중성공지)

- 덕으로 하는 정치는, 북극성이 자리 하고 있으면, 뭇별들이 그 주위에 함께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게 공자가 생각하는 정치다. 덕으로 하는 정치. 덕은 자연스레 주위로 스며든다. 그래서 남들에게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남들이 따른다. 훌륭한 정치가는 북극성과 같아서 그 주위에 훌륭한 별들이 모여들고 함께 하기 나름이다.

 

이런 덕의 정치 이루어지고 있는가? 지금 정치인들은 과연 덕으로 정치를 하려고 하기는 하고 있는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이 덕은 법이나 형벌과는 다르다. 그것을 구분하는데, 공자의 장점이 있다.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도지이정, 제지이형 민면이무치 도지이덕 제지이례 유치차격)

 

- 백성을 정치로 인도하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은 형벌은 면하여도 부끄러움이 없다. 그러나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써 다스리면 백성들이 부끄러움도 알고 잘못도 바로 잡게 된다.

 

얼마나 좋은 말인가? 얼마나 타당한 말인가? 모든 것을 법, 법 하는 시대에, 도대체 사람을 위한 정치를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사람 위에 법이 있다는 식의 정치가들의 말이 통하는 시대는 과연 올바른 시대인가?

 

공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덕과 예로써 인도되어야 한다. 그것은 형(刑)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와는 다르다.

 

다음 글은 위정편의 중심이라고 할 만하다. 진정으로 정치가들이 명심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擧直錯諸枉 則民服, 擧枉錯諸直 則民不服 (거직조제왕 칙민복, 거왕착제직 칙민불복)

 

- 정직한 사람을 기용하여 그릇된 사람을 다스리면 백성들이 복종할 것이요, 그릇된 사람을 등용하여 정직한 사람을 다스리게 하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한 때 어떤 대통령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인데, 정직한 사람을 자신의 주변에 두는 것이 지도자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는 얘기다.

 

인(人)의 장막에 가려져 있으면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없다. 자신에게 올바른 말을 해줄 수 있는 정직한 사람을 기용하는 것, 그것이 정치의 가장 기본일진대, 과연 그러한지...

 

청문회를 제대로 통과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청문회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소리를 하지 않나, 그 정도는 관행이라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대 우리나라 정치, 과연 공자가 그 모습을 보면 무엇이라 할 것인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 사라진 시대, 도와 덕이 사라진 시대라고 개탄하지 않을까?

 

더 많은 말들이 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공자의 말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들기에는.

 

다시 꺼내 읽은 논어의 위정편... 지금 우리나라 정치와 연관되어 마음을 쿡쿡 찌른다. 몇 천 년 전 공자의 말씀이 아직도 허공에서만 떠돌고 있으니...

 

그의 말이 지상에 내려와 우리 정치인들의 가슴에, 머리에 콕콕 박혔으면 좋겠다.

 

하지만 거꾸로 그런 정치인들을 만드는 게 우리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함석헌 선생 말처럼 깨어 있는 백성이 되어야 한다.

 

깨어 있는 국민이라야 덕이 있는 정치가를 뽑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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