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서윤영 지음 / 궁리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그것을 찾아 여행을 할까? 제목은 이런 생각이 들게 하였는데, 내용은 그렇지 않다.

 

집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집에 대한 에세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듯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집에 대해서 건축가가 일반인들이 알 수 있게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사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은 자신이 그 집에 있을 때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집이리라. 그런 집에 대한 우리의 상상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져 왔는데... 그것을 대중문화와 연관지어 살펴보고 있는 것이 1부이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을 꿈꾸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집을 꿈꾸다가 아파트에 살기를 꿈꾸는 그런 과정, 대중가요와 연결지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데, 쉽게 읽히고, 과연 나는 어떤 집을 꿈꾸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2부에서는 집과 여성인데... 그동안의 집 구조를 살피면서 집에서 여성이 어떻게 소외되어 갔는지를 살피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집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불'이 한다고 하는데, 불이 있는 곳이 바로 부엌, 주방이다.

 

이 부엌이 어느 위치에 자리잡고 있느냐에 따라 여성의 지위가 보인다고 하는데, 타당한 말이다. 지금은 남녀평등 시대를 구현하고 있다고 하는데도, 아직도 부엌, 주방은 여성을 집안에서 소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지만 집 안에서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는 아름다운 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부에서는 아파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아파트에 열광하는가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전통 건축의 구조를 나름대로 계승하고 있으며, 외국과 달리 아파트가 상류층의 주거지로써 작동하였기 때문에 아파트에 대한 열풍이 불었다는 분석은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는 고층 아파트가 아니라 저층 아파트, 또 단독 주택 등이 더 인기가 있을 거라는 예측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이 발간된 년도가 2003년이니, 지금은 이 말이 예측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부분은 쉽게 고쳐버리는 베란다 문제다. 베란다를 고치는 것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지은이의 주장, 경청할 만하다.

 

4부에서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건물들을 건축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백화점이나 성당, 절들이 왜 그런 구조를 택하고 있는지, 학교는 어째서 이렇게 획일적으로 건축되었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이제는 이런 획일성에서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집에 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것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어서 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말하고 있다.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이라고.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임을 우리가 안다면 우리는 집을 투자대상이 아닌, 내 삶을 펼치는 장소로써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덧글

 

70-71쪽

로마의 도무스 건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모순된 부분이 있다.

 

남자들의 공간은 아트리움이고, 여자들의 공간은 페리스타일이라고 앞부분에 설명을 해 놓고, 뒷부분에 가서는 '아내는 자정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그녀의 일터인 아트리움 안에 머물러야 했을 뿐...,(70쪽) ... 페리스타일에도 나오지 못하는 여자가...(71쪽)'라고 반대로 설명하고 있다. 앞부분이 맞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인쇄 과정에서 두 단어가 바뀌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123쪽에서 지은이가 우려하고 있는 현실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현대인들은 하나의 집에 여러 개의 불을 놓아 가정을 붕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123쪽)'라고 하고 있는데, 2003년보다도 더 진화한 스마트폰으로 인해 현대인의 집에는 사람 수만큼 불이 존재하게 되었고, 이들은 가족끼리도 소통하지 못하는 상태로 변해가고 있다.

 

또하나 재건축에 관해서 이 책에서는 비판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참 공감이 간다. 콘크리트의 내구력이 55년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는 25-30년이 넘으면 재건축을 하지 못해 안달이니... 집을 삶의 장소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단면이다.

 

환경을 생각해서도 또 집을 위해서도 불필요한 재건축은 삼가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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