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세상을 지어라
안도 다다오 지음, 이규원 옮김, 김광현 감수 / 안그라픽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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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건축과를 나오지 않은 건축가.

 

독학으로 자신만의 건축세계를 확립한 건축가.

 

건축계의 게릴라로 불리는 사람. 안도 다다오.

 

그가 자신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한 이 책은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사무실로부터 시작한다.

 

건축사무소인데 1층 중앙현관에 사장의 사무실이 있고, 해외 업무를 제외한 개인적인 전화나 메일은 쓸 수 없으며, 어디에서 일하던 사장의 눈에 띄게 사무실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는. 그런데 문제는 사원들만 사장의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사장 역시 사원들의 눈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

 

그렇게 자신있게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안도 다다오. 이 책은 이 장면에서 시작한다. 과연 독학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이룬 사람다운 고집이 느껴지는 사무실 구조다.

 

이런 그였기에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사무소에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포트폴리오니 면접이니 하는 것들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무실에서 함께 일해보고 그래도 하겠다고 하면 채용하는 식으로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다.

 

그의 말을 보자.

 

 학생은 자신의 미래를 키우기 위하여 오로지 자기 하나만을 위하여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뭔가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면, 먼저 사회에 진출한 우리는 그 의욕에 부응하여 기회와 자리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미래를 짊어질 학생을 사회의 재산으로 보호하고 키워나가야 한다. 26쪽

 

이런 자세를 지니고 있기에 그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 사장과 사원이 1대1의 관계를 맺고 일을 하는 사무소. 자기의 뜻대로 일을 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게 하는 교육. 이것이 그가 하고 있는 교육이다.

 

이런 교육을 하고, 자신의 사무소를 운영하기까지의 과정과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어떤 건축을 해왔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보여주고 있는데, 그의 건축관을 결정한 것은 그가 어렸을 때 동네의 목공소에 다니면서 들었던 목수 아저씨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목공소의 목수는 "나무에도 성격이 있단다. 좋은 것이 더 잘 드러나도록 다뤄줘야 해."하며 10년을 하루같이 나무를 깎았다. 45쪽

 

건축 역시 마찬가지다. 자연과 사람들의 삶이 잘 드러나게 하는 것, 그래서 건축은 도시의 일부이자 사람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 건축은 바로 그 장소에 꼭 필요한 건축이 된다. 안도 다다오는 이런 건축관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장소가 아니면 안 되는 건축, 건축을 통하여 그 장소의 기억을 계승하는 것을 내 작업의 보편적 주제로 생각하고 있다. 372쪽

 

따라서 이런 건축이 있는 도시는 바로 인간 삶의 역사가 있다고 한다.

 

 ...세계의 대표적 도시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도시에 흐르는 '풍성한 시간'이다.

- 122쪽

 

역사가 있는 건축. 이야기가 있는 건축. 그리고 삶이 있는 건축. 이런 건축을 하는 건축가의 자세로 그는 '건축가라면 자기가 관여한 건축이 서 있는 한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234쪽)고 한다.

 

자기가 관여한 건축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그는 지속적으로 자신이 관여한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유지 보수를 해줌으로써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그의 건축적 신념은 개인주택에서 공공건축으로 넘어간다. 왜냐하면 건축은 결국 공공성을 띨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공건축에서 지녀야 할 공공정신. 이는 환경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되고, 사람들의 삶과도 관련이 된다. 그렇기 위애서는 이런 정신과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한다.

 

 자유롭고 공평한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개인의 자아를 넘어선 공공정신이다. ... 뭇 사람들의 인생을 풍성하게 하는 문화를 창조하고 키워가는 것은 어느 시대나 개인의 강력하고 격렬한 열정이다. 254쪽

 

결국 그는 개인주택에서 공공건축으로, 여기에 종교건축으로, 또 해외건축까지 진출하여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있다. 단지 건축계에서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좋은 건축, 그 장소에 필요한 건축,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건축을 목표로 한 것이다.

 

어떤 인맥도 학맥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건축계에서 살아남은 그는

 

 "현실 사회에서 자기 이상을 진지하게 추구하려고 하면 반드시 사회에 충돌하게 되어 있다. 십중팔구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으며 연전연패의 날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래도 계속 도전하는 것이 건축가의 삶이다.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계속 달리면 언젠가는 반드시 환한 빛을 보게 될 것이다. 그 가능성을 믿는 강인한 마음과 인내력이야말로 건축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다." 404쪽 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여 우리네 인생에서는 건축가의 이러한 자질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의 건축인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부분에서 건축이 아닌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인생이었다고. 자신은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살아왔다고. 여러분들도 이런 자세로 살아가라고.

 

 자기 삶에서 '빛'을 구하고자 한다면 먼저 눈 앞에 있는 힘겨운 현실이라는 '그늘'을 제대로 직시하고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용기 있게 전진할 일이다. 418쪽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의 일본 건축가였는데, 그의 자서전 비슷한 이 책을 읽으며 건축의 세계가 너무도 매력있음을, 그리고 우리 삶에 너무도 중요함을 생각하게 되었다.

 

건축가는 미래를 현재에 가져와 보여주는 사람. 바로 현재에서 미래를 보고 과거와 연결하여 과거, 현재, 미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실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사람이다.

 

역사와 자연과 사람과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는 건축. 그런 건축을 할 때 겪게 되는 '빛과 그림자'를 모두 인정하면서 꾸준히 쉬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건축가.

 

그런 사람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많은 건축물들의 사진과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서 건축에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도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가 만들어낸 건축물을 사진으로 보는  눈의 호사. 즐거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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