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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 이순원 장편소설
이순원 지음 / 곰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왜 그러는지 별다른 생각도 없이 그냥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어른이 되면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양,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데... 막상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고, 그 때가 좋아 하고 만다.
아이들은 또 하지 말라는 일은 더 하고 싶어한다. 사람 심리의 보편성이라고 하지만, 자꾸만 하지마 하지마 하고 금기를 세우면 그 금기를 깨고 싶어한다. 아이 때는 더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경험한 것이 적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아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어른보다는 덜하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경험에서 온다. 해 봤는데 잘 안된 경험, 이런 경험들이 쌓여 두려움을 형성한다. 그리고 두려움이 만들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안전한 일만 하려 한다. 이게 어른들의 세계다.
모험과 격정의 세계는 아이들의 세계다. 아이들은 이런 세계를 겪고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이런 세계를 경험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런 기회를 주지 않고,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면 어른이 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어른은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니다. 어른이 되는 시점이 몇 살 때부터다 하고 정해진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 사회는 어른은 만 19세다라고 한다. 법이라고 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19세가 되면 이제는 어른이라고 한다.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고, 경험도 없는 사람에게 너는 나이가 되었으니 이제 어른이야 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러니 나이를 먹었어도 아이로 지내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시간을 보냈을지 모르지만 그 시간 속에서 어른이 되기 위한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간접경험이든 직접 경험이든.
이 책은 어른이 어떻게 되는가를 다루고 있다. 소설이다. 그런데 읽다보면 자전소설이라고 해서 작가의 경험이 100%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마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듯이 작품을 펼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소설 속의 나와 작가를 완전히 동일시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작가가 진짜 이렇게 경험을 했어,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람이 정말로 이렇게 행동을 했어 하면서 작가의 개인적 사생활과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생활을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작품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작품을 읽는 바른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의 특징은 바로 이렇듯 자신의 이야기를 옆의 사람에게 들려주듯이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흥미롭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갈 수 있다. 읽어가면서 등장인물에 몰입할 수도 있다. 또 자신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도 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대관령에서 고랭지 농사를 짓는 부분에서 정점에 이른다. 이 정점에서 여자와의 경험은 자신이 어른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한참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승희 누나에게서 어른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자신은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그는 작품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 무렵 무엇보다 나를 우울하게 했던 것은 지난 이태 동안의 내 삶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이었다. 왠지 그 기간 동안 내가 했던 것은 어른 노릇이 아니라 어른 놀이였다는 생각이 자꾸만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런 상태로 다시 한 해가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나 스무 살이 된다고 해도,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된다 해도 그 일에 대해 어떤 후회나 미련 같은 것이 남는다면 그때에도 내가 하는 짓은 여전히 어른 노릇이 아니라 어른 놀이일 것 같은 생각이 들던 것이었다. (272쪽)
결국 혈기왕성한 10대의 방황은 이렇게 끝난다. 그리고 그는 학교로 다시 돌아온다. 한참을 에둘러서 왔지만, 그 에두름은 인생에서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성공이다. 그는 어른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자신의 경험으로 온전히 채웠기 때문이다.
하여 19세가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의 나이에 맞는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가 된다. 이제부터 그는 어른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아이 시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시기를 청소년기로 잡으면 청소년기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바로 성과 우정, 그리고 공부일 것이다. 이 책은 이 셋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정은 승태와의 관계로 성은 승태에게 배우는 것으로, 그러나 나중에는 자신이 승태를 가르치는 것으로 가지만 이것은 피상적인 성에 대한 인식일 뿐임을 깨우치는 과정을, 공부는 굳이 학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장래를 위해서는 다른 방향을 택해야 한다는 청소년기의 생각에서 어른들이 말하는 공부의 중요성과의 마찰이 있지만, 결국 그를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공부였음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밝혀진다.
물론 이 때 말하는 공부는 꼭 학교 공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도 공부를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진정한 공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을 성찰할 수 있는 힘을 키우게 하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 이 책의 주인공은 이를 책을 통해서 하게 되는데... 이 책을 통해서 하게 된 공부가 자신의 경험을 관통하면서 성찰하게 하고, 다시 주인공을 학교로 돌아오게 한다.
성과 우정과 공부.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인데, 이들이 유기적으로 잘 관계를 맺으면 자신의 성장에 무한한 도움을 주게 되고, 이들이 어긋난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성장에 걸림돌로 작동을 하게 되는데...
그렇다. 19세가 되기 전,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 방황을 했던 주인공이 자신의 10대를 의미있게 되돌아볼 수 있음은 바로 성찰하는 힘을 지니게 되었기 때문인데...
지금 청소년들은 어떤 경험을 하면서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힘을 얻어야 하나? 이런 고민을 이 책을 읽은 청소년들은 하게 될 것이고, 어른들은 이렇게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 점에서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