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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의 아나키스트
김성국 외 지음 / 이학사 / 2013년 6월
평점 :
아나키즘에 관심이 있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무정부주의라고 번역했는데, 무정부주의가 아니라, 반권위주의라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은 무정부주의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다만 적당한 번역어를 아직 만들어내지 못했기에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 현실이다.
일제시대에도 아나키스트들은 많은 활약을 했고, 해방이 된 직후에는 더 많은 활동을 했는데, 어느 순간 역사에서 사라진 듯 싶었는데, 우리나라 아나키즘의 명맥이 끊기지 않고 유지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아나키즘은 참 매력적인 사상이다. 이 사상을 현실에서 실현하지 못해서 그렇지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상에 한 번쯤은 빠져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나키스트는 천 마디의 화려한 말보다 한 가지 행동을 더 높이 평가하는 직접행동의 전사이다. 혁명의 주체도, 열기도, 희망도 사라진 탈근대사회에서 아나키스트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정신은 철저하고 급진적인 원칙을 추구하되, 행동은 현실에 입각한 실천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공허한 이상주의 노선이 아니라 현실에 적용 가능하며, 작은 목표일지라도 현실 개선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21세기 아나키스트의 과제이다." (17-18쪽)
공상주의자들이라고 아나키스트들을 비판했는데, 그에 대한 답을 이렇게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역시 자신들의 사상이 현실에서 금방 실현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포기하지도 않는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하자고 한다. 그러면 언젠가 세상이 변하지 않겠느냐고...
그렇다. 이게 바로 아나키스트가 지닌 자세이다. 그리고 이들은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아나키스트들의 활동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아나키즘이 과거에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활동 역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은 공동체 운동부터 시작하여 크게는 정치 운동까지 아나키스트의 활동은 다방면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운동들도 이들과 관계가 되어 있다. 자율, 자치,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아나키즘은 우리에게 인간다운 삶이 어떤 삶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그리고 인간은 혼자만이 살아갈 수는 없고, 또한 남들을 짓밟으면서 살아갈 수 없는, 함께 살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 그것이 바로 아나키즘이다.
아나키즘에 관심이 있으면 한 번 읽어보자. 아나키즘에 대해서 알게 되고, 또 아나키스트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