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라 다른 교육
하승우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상상해야 한다. 다른 교육을.'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아야 한다. 옛날에는 학생이 선생을 찾아가 배움을 청하면 선생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삶을 통해서 가르침을 주면 되었다. 아니, 선생의 가르침이라기보다는 학생의 배움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배움에 대한 절박한 심정으로 선생을 찾아 나서는 모습. 그리고 그 선생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모습. 그것이 교육이었는데, 근대의 교육은 반대가 되었다.

 

학생이 찾지 않고, 선생이 학생을 찾아, 이것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 모습이 되었다. 그러니 학생이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우선시되기 보다는 교사가 가르쳐야 한다는 목적이 우선 되었고, 교사가 가르치려고 하는 내용이 교사 개개인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국가라는 더 큰 조직에서 정해지게 되었다.

 

이른바 국가교육과정이 시행되었고, 교사는 국가교육과정을 실행하는 한 부속(?)으로 전락하였다고 할 수 있고(지금 우리나라 교육 현장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교사에게 재량권을 많이 준다고 하지만, 어떤 재량권이 있을까? 이미 교육과정은 나라에서 정해놓았고, 교사들이 가르치는 교과서도 검인정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국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중에서만 골라야 하는 형편이고, 한 해에 가르쳐야 할 수업 시간까지 국가에서 정해놓고 있는 현실이니, 교사의 재량권? 이것은 거의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은 무엇을 누구에게 배워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할 여건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라는 곳으로 떠밀리듯 들어와 무려 12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니 모두가 비슷하게 생긴 학교라는 공간에서 자율성이 없는 비슷한 교육방식을 시행하는 교사들에게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책상에 앉아 비슷한(똑같은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검인정으로 형식상 교과서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과서의 내용은 들어가야 할 내용과 들어가지 말아야 할 내용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전국의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는 출판사만 다르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교과서로 배운다.

 

여기에 배움이나 가르침이 비집고 들어가 틈이 있을까? 이런 고민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작은 제목이 첫번째 나온 책과 같은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이다. 물론이 책은 두번째 시리즈라고 할 수 있기에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2"가 된다.

 

"불온한"이라는 말을 "의식화"라는 말로 대체하면 왠지 이데올로기 냄새가 난다. 한 때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의식화"를 "좌경"과 같은 말로 쓰고, 탄압을 일삼았기 때문에, 배움을 통해 자신이 깨달아가는 과정을 "의식화"라고 하는 그 좋은 말이 어느 새 색깔을 입어 잘 쓰지 않는 말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쓰는 "불온한"이라는 말은 "의식화"라는 말로 바꿀 수 있다. 단지, 예전에 "의식화 교육"하면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위를 가리켰다면, 이번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 말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다면 이미 "불온한 교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교사들은 현실에 만족하면서 현실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바로 그런 "의식화"와 관계가 있다. 의식화가 두려운 사람은 이 책에서 손을 뗄 일이다. 즉, 이 책에서는 교사들이 학교 현실을 똑바로 보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깨달으며, 자신의 행위가 교육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고민하면서, 진정한 교육으로 갈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무엇이 교육이고, 무엇이 배움인가, 이것이 지금 학교에서 가능한가 하는 고민들을 다루고 있다.

 

먼저 고민하고 실천했던 선배 교사나 그런 사람들이 후배 교사들에게, 또는 고민을 하는 동료교사들에게, 고민할 할 예비교사들에게 교육에 대해서 강연을 한 내용을 모아놓은 책이다.

 

"상상하라, 다른 교육"이라고 하지만, 이 상상이 현실과 동떨어져 어디선가 뚝 떨어지지는 않는다. 진정한 상상은 현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교육"도 지금의 교육과는 완전히 다른 이상적인 교육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다른 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견고한 기존 교육의 틀에 작은 흠집을 내기... 이것부터 시작하여도 좋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당장 쓸 수 있는 유용한 방법부터, 자신을 돌아보는 방법까지 교육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던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을 주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래, 교육이 한꺼번에 확 바뀌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변하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게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나부터 바뀌는 일이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은 하지 않기, 해야만 할 일은 반드시 하기... 이것부터 실천하면 "다른 교육"이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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