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문학 동문선 현대신서 37
로버트 리처드슨 지음, 이형식 옮김 / 동문선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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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문학에 관한 책들을 읽고 있다. 단순하게 영화와 가장 가까운 문학이 소설이라고 생각해서 소설과 영화의 관계에 대한 책들을 주로 읽었는데, 이처럼 영화와 문학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이 있어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나 하는 호기심이 발동해 읽게 되었다.

 

문학이라고 하지만, 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에 나오기는 하지만, 주로 시와 영화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이 책을 쓴 사람이 영화비평가도 아니고 영문학자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전공은 아무래도 영시인 것 같은데.. 영시 중에서도 모더니즘 영시 쪽이라고 한다.(옮긴이의 말 참조)

 

시와 영화라?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시를 영화의 중심 내용으로 삼아 영화를 만든 작품이 우리나라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시"라는 영화가 있지만, 이것은 한 나이많은 여자가 시를 배워가고 시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나타내는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시의 특성과 영화의 특성이 교차되고 융합되는 영화로 받아들이기는 좀 힘들었는데...(아직도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는 능력이 부족하고, 그러한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다른 장르의 예술들과 비교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을 보면 시의 구성이나 표현 방법과 영화의 구성이나 표현 방법에서 많은 유사점을 찾아내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고 하여 새로운 경향을 실험하고, 새로운 유파를 형성해내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읽으면서 왜 영화나 시들이 다 오래된 것들이지 하는 의문이 들었었는데, 왜 그런지 옮긴이의 말을 읽다가 알게 되었다. 이 책이 나온 것이 1960년대라는 것을. 그러니 작품들이 다들 20세기 초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감독도 영화도 마찬가지고.

 

영화가 막 중심 문화로 자리잡을 때 영화와 다른 예술을 비교 통합하는 책을 썼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지금은 잘 다루고 있지 않은 형태의 유사성, 표현의 유사성 등을 논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영화에 들어온 소설 기법이라든지, 시의 기법이라든지, 또는 영화로 인해 변한 소설, 시의 기법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세상은 어떤 것이든 홀로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섭' 또는 '융합'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요즘,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러한 일들은 이루어져 왔고, 또 연구되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영화를 영화만으로서 끝내지 말고 다른 것들과 연결해서 파악할 수 있는 능력. 또는 그러한 생각을 해야겠다는... 그것을 초기의 영화와 소설, 시에서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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