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상징어사전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94
하종오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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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들에게도 국경이 있을까. 여기는 네 땅, 여기는 내 땅. 선을 그어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철조망을 치고, 철조망도 부족해서 온갖 위험물들을 깔아놓고, 그 선을 넘는 순간, 목숨을 걸게 만들까.

 

지구상에서 자유롭게 갈 수 없는 유일한 나라가 한 핏줄이라고 하는 북한이라니... 북한도 마찬가지다. 자유롭게 갈 수 없는 나라가 한 핏줄이라는 남한이다.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탈출을 하지 않는 한.

 

땅도 모자라 바다에도 선을 그어놓고, 그 보이지도 않는 선이 사람들 살아가는데 장애로 작용을 하게 한다. 그리고 또 싸운다. 왜 넘어 왔어, 여긴 우리 땅이야 하면서.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들의 등에도 그 선이 그어졌을까. 물고기들도 그 선이 무슨 선인지 알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 곳을 평화지대로 만들어 함께 사용하자고 하면 영토 포기니 뭐니 하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니...

 

남과 북의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가 다시 냉랭해졌다. 긴장의 연속이다. 함께 하면 좋을 것들이 많은데, 이제는 함께 하려고 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누구의 책임이다를 말하기 전에, 우리 같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자 하면 좋을텐데...

 

이런 시대에 시집을 골랐다. 제목도 좋지 않는가. "남북상징어사전"

 

이 시집에는 온갖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모두 남과 북에 관련이 있다. 전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오지만 결국 남과 북과 연결이 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모두 자기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역사의 희생양이 되고, 어떤 사람은 아직도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은 현실을 직시하고 있기도 하다.

 

시집에서는 남과 북이 함께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금 이 때 우리가 읽으면서 되새겨 볼 내용들이다. 그런 세상이 아직 오지 않았기에 이 시는 의미를 지닌다.

 

지금 우리의 현실. 있는 그대로...

 

남북상징어사전

 

내가 산등성마루로 올라갈 때

너는 상수리로 올라간다고 말해서

같이 산행을 하면서

상수리나무 열매로 올라가는

너를 상상하고는 갸웃했다

 

내가 드라이클리닝 할 옷을 맡기러 세탁소에 갈 때

너는 화학빨래를 시키러 가느냐고 묻고

내가 원피스를 입은 너에게 멋지다고 칭찬했더니

너는 달린옷이 멋지지 않느냐고 되물어서 멋쩍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내가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를 따러 가자,, 고 청했을 때

너는 조국의 앞날을 떠메고 나갈 어린 세대 딸 수 없다, 고 거절했고

내가 나는 사람이다,고 주장했을 때

너는 네가 혁명과 건설의 주인이 아니다, 고 응수했다

 

꽃봉오리와 사람이란 각 낱말의 상징을

우리가 각각 다르게 해석해서 쓰던 그날부터

둘 중 하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낱말을 버려야

한곳에서 같이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했다

 

하종오, 남북상징어사전, 실천문학사. 2011. 84-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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