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 문학을 '심문(審問)'하는 작가 글누림 작가총서
정재림 지음 / 글누림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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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식 인쇄기의 인쇄지 넘기듯이 걸어가고 있다

사람이기보다

관념이다

 

관념이기보다

관념의 1인칭 독백이 걸어가고 있다

 

고은, 만인보 15권, '최인훈' 전문, 187쪽, 창작과비평사, 1997. 초판

 

1960년 4.19혁명은 최인훈을 전후 우리나라 최고의 작가로 올려놓았다. 4.19로 인해 발표할 수 있었다고 하는 "광장"

 

그 하나의 작품으로 그는 문학사에서 지워지지 않을 작가가 되었으며, 그 이후 학자들이 연구하는 작가로 남을 수 있었다.

 

물론 그가 전후 최고의 작가라는 소리를 듣게 만든 작품은 "광장"만이 아니다. 그의 작품들은 한 편 한 편들이 연결이 되는 듯하면서도 서로 독립돼 있으며, 한 편 한 편이 매우 관념적인 작품처럼 보이면서도 이상하게 현실과 연결이 되고 있다.

 

또한 기법이 너무도 다양하게 작품들에서 시도되고 있어서 그의 작품은 일제시대 이상의 작품과 더불어 꾸준히 연구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일찌기 그의 전집이 나왔고, 전집이 나온 이후로 발표된 소설이라고는 "화두"와 몇 편(정확히는 모르겠다. 2000년이 지나서 '바다의 편지'라는 작품이 발표되었고, 80년대 중반 쯤에 '달과 소년병'이라는 작품이 발표되었다는데, 두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이 발표되었을 뿐이다.

 

이미 그의 작품은 다 발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도, 최인훈 하면 아직도 연구할 분야가 많은 작가로 남아 있으니, 그의 작품세계가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렇다고 이상의 작품처럼 사람들이 그냥 문학사에서만 알고, 또 교과서에서만 보고 마는 작품이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최인훈의 작품 중에서는 "화두"말고도 "그레이구락부 전말기"도 많이 읽히고 있으며, 또 단편 모음들, 특히 패러디 작품들도 많이 읽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치열하게 문학론을 펼친 작가이기도 하니.. 그에 대한 책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가 다 있다.

 

이번에 나온 "최인훈:문학을 심문하는 작가"는 2000년대 이후 최인훈에 대해 연구한 글들 중에서 다양한 관점을 지닌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최인훈에 대해 최근의 연구 성과들을 알 수 있다고 해야 한다.

 

처음부터 죽 읽으면서 다시 최인훈의 작품을 떠올리는 즐거움을 맛보았으며, 어, 이 작품을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네 하는 글들도 있어서 이 책을 읽는 과정은 최인훈에 대한 새로운 읽기였다고 할 수 있다.

 

앞에 인용한 고은의 시. 그가 만인보에서 최인훈에 대해 내린 평이라고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최인훈을 관념의 작가라고도 하고, 또 독백 소설을 쓴 사람이라고도 하며, 그의 작품을 그의 삶에서 유추하기도 하니.. 고은이 그렇게 표현한 것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최인훈의 작품이 관념이든, 독백이든, 그것은 현실과의 끊임없는 부딪침 속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현실을 벗어나서 살 수 없듯이, 최인훈의 관념이나 독백은 현실에 맞서서 자신을 정립해 나가려는 인간의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고.

 

학계에서 물론 만장일치로 '전후 최고의 작가'라고 평을 내리지는 않겠지만, 그런 평가가 한 작가에게만 내린다는 것이 온당치도 않다는 생각도 들지만, 내게는 적어도 소설가로서 내가 전집을 소유하고 있는 작가는 최인훈 밖에 없으므로, 전후 최고의 작가이다.

 

그리고 그런 그를 연구하는 책을 읽는 즐거움은 그의 작품을 읽는 즐거움과는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즐거운 책읽기. 최인훈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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