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 이상의 <오감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황현산 외 지음 / 수류산방.중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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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상이다. 21세기가 되었는데, 20세기에 살면서 19세기에 눌려 살았다는 그를 우리는 21세기에도 연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상 문학은 아직도 연구할 거리들이 무궁하다.

 

어쩌면 그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문학에서 그만큼 연구가 많이 되고 있는 문인도 없을테니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상은 우리 문학에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서 연구할 거리들이 넘쳐나고, 그로 인해서 자신의 학자적 위상을 확립하는 사람도 많으니 말이다.

 

이런 축복을 준 이상의 삶은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었겠고, 또 그가 당대에 인정을 받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물론 선구자들은 당대에 인정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냉대를 당하기도 하니,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테지만, 빗발치는 독자들의 항의 속에서 자신이 계획했던 시들을 모두 내보이지 못햇던 이상이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 그의 작품 중에 가장 문제적이었던, 어쩌면 소수의 사람들이 극찬을 했던 작품 "오감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라는 제목으로, 오감도 연작시 한 편 한 편을 각자 다른 사람들이 해석한 글을 모은 책이 나왔다.

 

"오감도"

 

한때는 조감도를 식자공이 잘못 인쇄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던 제목이었는데, 신문에 무려 10회가 연재될 동안에 계속 오감도로 인쇄되었으니, 언어에 민감했던 이상이 제목이 오타로 잘못 나왔다면 그 다음 호부터 바로잡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 게다가 일본어로 쓰여진 시에는 "조감도"라는 시가 있다고 하니, 이상이 의도적으로 "오감도"라고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그 시.

 

이 제목으로 인해서 작품의 내용이 결정되었다고 보아도 좋은 시. 새 조(鳥) 자를 까마귀 오(烏)자로 한 획만을 빼어버렸을 뿐인데, 위에서 조망하는 아름다운 모습에서, 제대로 조망이 되지 않는 캄캄한 모습이 연상되는 그런 시로 바뀌어버렸으니...

 

이것이 이상의 오감도 연작시 15편을 해석하는데, 제목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하나 같은 제목으로 묶여 있으니, 이들 시의 연관성을 생각해 보아야만 하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이상의 오감도 시 15편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각 시들을 분석하는데, 기존에 해왔던 연구들을 정리해주고 있어서 이상 시를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해석해왔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현학적이지 않다는 점이 좋다. 이상 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이상 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쓰여 있다. 그래서 이상 문학을 대중에게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아직도 해석할 여지가 많은 이상 작품 중에서 특히 오감도를 이렇게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을 하고, 또 오감도 전편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신문 기사를 영인 형식으로 실어준 것도 좋았고.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이상 문학의 세계. 그 세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해 준 책.

 

덧글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이 책 107쪽에서 오감도 시 제2호를 검토하는 내용에서 '이 시에 나가 18번, 아버지가 17번 나오기 때문에'라고 되어 있는데, 시 제2호를 살펴보면 아버지라는 말이 18번 나오는데, 왜 17번이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세어보아도 '나'도 18번, '아버지'도 18번이던데.. 그래서 나오는 빈도를 가지고 '수적으로 그리고 상징적으로 압도한다'는 말은 이해할 수가 없다.

 

또 162쪽 오감도 시 제5호와 진단(診斷)이라는 시를 비교하고 있는 부분에서 이 부분이 계속되는데, 이상하게 진단이라는 제목의 한자어를 진단(診斷)이 아니라 진단(謬斷)이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진(謬)자는 '진'자가 아니라 '류'자 아니던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사진으로 인용된 시의 제목을 보면 분명 진단(診斷)으로 되어 있는데, 이런 오타가 나는 이유가 뭔지...

 

그리고 한 가지 의문점. 영인된 사진을 보니 오감도 시 제15호에 완(完)이라고 되어 있다. 이상은 2000점에서 30점을 골랐다고 했는데, 이 시가 연재되는 도중에 엄청난 독자의 반발에 휩쓸리게 되었고, 그래서 중간에 그만두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발표된 15편은 30편으로 기획된 시들 중에서 일부일텐데, 완(完)이라고 신문에 나간 것은 이상이 더이상 발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다시 30편 중에서 나머지를 추렸다는 얘기인가? 아니면 신문사에서 더이상 이상의 시를 연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완(完)이라고 한 것인지... 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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