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년 -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법륜.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런 쓸모가 없는 일을 할 때 쓰는 말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혹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했다. 그것이 기우였음은 책을 펼치고 얼마 안돼 깨달았지만.

 

이유인즉슨, 오연호가 대담한 책이 두 권인데, 지금까지 내가 읽은 것은, 그것들은 다 2012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조국과 대담한 책 "진보집권플랜"은 2012년 선거에서 진보가 어떻게 하면 집권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이번 법륜 스님과 대담한 책도 2012년 선거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국회의원과 대통령 두 선거 모두 진보(?) 쪽의 패배로 귀결되고 말았으니, 이런 책을 지금에서 읽는다는 것 자체가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책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과연 이 두 책이 몇 번의 선거를 목표로 쓰여졌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 단지 바로 앞에 닥친 선거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목적을 지니고 쓴 책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좀더 장기적으로 사회의 발전을 이끌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진보집권플랜"도 선거가 끝났으니 용도폐기해야 한다가 아니라, 선거가 패배로 끝났으니 더 이 책을 꼼꼼하게 읽고 무엇인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고, 법륜 스님과의 이 책도,2012년 선거결과가 스님이 원하는 방향과는 맞지 않는 쪽으로 나왔지만, 그렇기에 더 길게 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잡는 참고자료로 삼아야 한다.

 

사람의 일생을 길게 보면 100년인데, 그래서 사람들이 앞을 내다보는데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이성적인 동물인 사람은 최소한 자신의 당대뿐만이 아니라, 후손들이 살아갈 세상을 바라보면서 일을 해야 한다고 하면 최소한 100년 앞은 내다보는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가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 정치가를 선택할 수 있는 판단력을 키우는 일, 그것이 시급한데, 그러기에 스님은 바쁘게도 강연이다 뭐다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정치를 한다면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통일"이라고 한다. 남과 북으로 갈려서 얼마나 많은 손해를 입고 있는가? 하여 스님은 통일은 자식을 키우는 일이라고 한다. 우리가 부모를 봉야한다는 고민으로 통일비용, 또는 통일 노력에 비유하지 말고, 새로운 자식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 그것이 바로 통일에 대한 고민이라고 한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우선 역사의식. 역사의식이 없고서는 통일을 이룰 수 없다고. 단지 통일만이 아니라 역사의식이 없다면 정치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지금 정치인들의 역사의식의 빈곤을 꼬집고 있다.

 

그렇다 현재는 과거로부터 진행되어 왔고, 이 현재에는 과거와 미래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역사는 단지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가 아니라 왜 자식이 죽게 되었는지, 자식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서다.

 

그래서 스님은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역사기행을 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만주지역으로... 그리고 우리나라 고대사와 근현대사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주고 있다. 많은 도움이 된다.

 

두번째는 시대를 읽는 힘, 즉 국제정세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각 시대에는 국제정세를 제대로 파악하느냐 파악 못하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가 좌우되곤 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가 처한 국제정세를 정확히 판단하고 행동을 해야 우리나라가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상태 속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우선 상대를 인정해주고, 그 다음 서로 평화적으로 합의를 하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한다면 통일은 먼 이야기가 아니라고 한다. 바로 우리가 이룰 수 있는 일이라고 하고, 우리가 통일을 이룬다면 그 자신감으로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동북아 공동체의 주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논의를 따라가면 향후 100년 우리나라의 살 길은 통일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일은 할 수 있는 가능태이자 우리가 해야만 하는 당위이기도 하다.

 

통일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정치가. 하지만 정치가는 우리가 마냥 기다리기만 해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들이 통일의병이 되어서 활동할 때 우리와 함께 할 정치가도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모두 통일의병이 되자고 하는 법륜 스님. 그렇다고 해서 무슨 열사와 같은 죽을 각오로 통일의병이 되라고는 하지 않는다.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행복이 일치될 수 있게 자신의 마음도 다스리면서 자신의 행복도 추구하면서, 아니 자신의 행복추구가 결국 사회의 행복추구가 되고, 사회의 행복 추구가 개인의 행복추구가 될 수 있도록 하라는 말이다. 누구의 희생을 요구하는 운동이 아니라다.

 

그렇기에 강행군을 하면서도 스님의 표정이 밝은 것이리라.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기 때문에... 내 일이 내 행복만이 아니라 사회의 행복도 추구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이미 지난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100년, 아니, 스님의 스승께선 1000년 앞을 바라보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런 시간에 비하면 5년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간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과거를 묻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일, 그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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