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엽서 - 누이에게 카프카 전집 10
프란츠 카프카 지음, 편영수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엔 카프카가 누이에게 보낸 편지 모음이다.

 

누이라고 해봤자 카프카는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또는 가장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오틀라에게 주로 편지를 보냈다.

 

여기에 펼쳐진 120편의 편지 중에서 오틀라에게 보낸 편지가 100편이 넘는다.

 

그만큼 카프카는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오틀라에게 전달했다고 보면 된다.

 

프라하에서 살면서 프라하를 힘들어 했지만 결코 프라하를 벗어날 수 없었던 카프카. 그는 베를린에서 작가로서만 생활을 영위하려고 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으며, 작가로서의 삶 때문에 펠리체와의 약혼도 결국 파혼으로 치달았으며, 작가로서의 삶에 매진하겠다는 욕구가 소음에 견딜 수 없게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오틀라에게 편지를 보냈으며, 오틀라에게서 어떤 위안을 얻곤 했다는 것을 편지글에서 알 수가 있다.

 

오틀라 역시 하나뿐인 오빠를 잘 보살펴주었으며, 무엇보다 오빠를 잘 이해했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카프카는 오틀라의 살뜰한 보살핌 속에서 만족한 생활을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상당히 예민한 성격의 카프카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남들과는 다른 시간을 살았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때 그는 휴식을 취했으며, 남들이 쉴 때 비로소 작품 활동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작업을 하길 원했다. 그래서 시골에 왔을 때, 아마 취라우던가, '자신은 급행을 타고 왔는데, 소음은 완행을 타고 왔나 보다'고, 시골에서도 소음을 느끼며 자신의 생활에 방해를 받았다고 여겼다.

 

그가 채식을 위주로 한 식습관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편지를 통해서 알 수 있고, 또 부모들과도 많은 편지 왕래가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불행히도 부모에게 보낸 편지나 부모 또는 오틀라가 카프카에게 보낸 편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게 아쉽지만...

 

적어도 카프카는 편지를 통해서 구원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편지를 통해서 소통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친구들과 가족들과 그밖의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보면 그는 육체적으로는 한 공간에 매여 있었지만, 그래서 육체적으로는 자신만의 공간에 처해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디로든 갈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그것이 그가 고독에서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은 프라하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지만,(그가 여행을 하거나, 또는 말년에 잠시 베를린에 머물렀던 것은 제외하자. 그는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할 생각도 했지만 결국 건강 문제로 포기하고, 베를린에서도 작가로서의 삶을 영위하고자 했지만, 말년에 죽음에 이르러서야 도라와 함께 산 짧은 기간만 베를린에 체류했을 따름이다. 그것도 아주 힘든 시기에.) 그의 정신만은 전세계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되고, 그것이 지금도 우리가 카프카를 읽는 이유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카프카의 내면에 다가갈 수 있는 편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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