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평전 - 실존과 구원의 글쓰기 서강인문정신 16
이주동 지음 / 소나무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냥 단순한 소설가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젊은 시절에 헌 책방에서 우연히 카프카의 잠언집을 발견하고 산 적이 있었는데...

 

그냥 파스칼의 팡세와 비슷하겠거니 하고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었다가 어느 순간 내 손을 떠나버리고 말았던 책.

 

교과서에 나오는 "변신"밖에는 읽은 소설이 없으니... 그를 그냥 기괴한 작품을 쓰는 유대계 소설가로만 알고 있을 수밖에.

 

아렌트 책을 읽다가 카프카의 작품이 언급된 것을 보고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고, "변신"에 나오는 주인공과 가족들을 중심으로 문학토론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리고 그를 다룬 작은 책자들을 읽으면서 카프카에 대해 한 번 집중적으로 읽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책을 읽는 순서.

 

하나, 카프카의 작품을 먼저 읽는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집을 모두 사야 한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읽어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많이 알려진 작품들은 읽어야 한다.

 

둘, 그에 관한 책을 먼저 읽는다. 평전이든, 연구서든 그에 대해서 쓴 책들을 읽는다. 그러나 잘못하면 자신의 생각보다는 남의 생각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좋은 점은 카프카를 이해할 수 있는 어떤 지향점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식이든 상관 없겠지. 우선 첫번째로 카프카의 평전을 읽기로 한다. 그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한다. 물론 이 배경지식이 카프카의 작품 이해에 걸림돌로, 일정한 틀로 작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그에 대해서 모르는 상태에서 작품에 들어가기 보다는 조금은 한정된 이해이기는 하겠지만 편안한 길을 택하다.

 

제일 좋은 책은 카프카의 유언집행인인 막스 브로트가 쓴 책이겠는데, 이 책이 없다. 내가 무지한 건지, 아니면 번역이 안된 건지. 독일어로 읽을 능력이 되지 않으니 브로트의 책은 포기하고, 다른 외국 작가들이 쓴 책을 읽자니 어떤 것이 좋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하여 고른 것이 우리나라에서 카프카를 연구한 사람이 쓴 책. 이거다. 바로 이주동의 "카프카 평전"

 

'실존과 구원의 글쓰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 방대한 책이다. 무려 800쪽이 넘는다.

 

며칠 동안 카프카에 빠져 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방대하게 카프카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의 작품과 친구들과 연인들과 가족들의 관계를 자세하게 펼쳐놓았으니 한 번에 죽 읽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하여 천천히 읽으면서 카프카를 음미하는데, 머리 속에서 자꾸 우리나라 작가인 '이상'이 떠오르고 있었으니... 이것 역시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된다.

 

까마귀, 여인들과의 결혼 실패, 문학을 통한 자기 존재 증명, 헌신적인 친구들, 아버지와의 대결,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이른 죽음까지...

 

이상이 카프카를 읽었을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과 카프카는 겨우 10여년을 사이에 두고 죽음을 맞이했으니, 그 때 우리나라에 카프카가 알려지기엔 좀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면 문학의 실존에 대한 고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하다는 얘기가 되는데...

 

문학을 통해 자신을 구원하고자 했던 카프카는 죽을 때까지도 제대로 된 작품을 많이 내지 못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는 결벽적으로 행동했다는 얘기가 되고, 문학을 통해 다른 세계에 이르고자 했지만, 그 세계에 결코 이르지 못한다는 자각이 그의 작품에 나타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는 영원한 경계인으로서 이쪽도 저쪽도 아닌 이쪽 저쪽을 모두 넘어서고자 했던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카프카를 이해하고자 하는 나에게 좀 길지만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가 살았던 시대와 그의 주변 인물들, 그리고 그의 치열한 문학에의 열정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카프카에 대한 배경지식을 어느 정도 채웠다고나 해야 할까.

 

이제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그와 대화를 할 때이다. 천천히 그러나 깊게 카프카와 만나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