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콜버그의 호프집 - 통념을 깨는 윤리학
이한 지음 / 미토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에 있는 콜버그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고등학교를 나왔으면 윤리시간에 도덕발달단계 하면서 외우기라도 했으려나? 단지 시험을 위해.

 

이 책에서 제목을 콜버그의 호프집으로 했지만, 콜버그의 이론을 설명해주는 책은 아니다. 단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도덕 수준이 콜버그의 분류를 따르면 하위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그것은 상당히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 제목을 이리 붙였다고 생각한다.

 

더한 문제는 우리 자신이 도덕의 하위 단계에 속해 있으면서도(이는 원초적인, 일차적인 욕망에 우리 사회에 휩싸여 있다는 말도 된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것을 처음에 지적한다. 도덕과 윤리, 또한 기존의 허위의식과 윤리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기기만에 빠려 있는 사회에서는 윤리적인 사고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 이러한 윤리적인 사고가 부족하기에 논쟁은 커녕, 목소리로 누르려 하거나, 힘으로 누르려 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는 현실.

 

정치권을 필두로 경제권, 법조계, 교육계 등에서 이러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윤리를 빙자한 허위들의 범람.

 

그런데 윤리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도대체 윤리가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도 윤리와 도덕, 법과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부분이 있는데, 법을 윤리가 포함하고 있는, 즉 윤리는 법의 필요존건이고, 법은 윤리의 충분조건인 상태를 윤리가 잘 발현되는 상태로 이야기하고 있다.

 

법은 윤리에 포함되는 하나의 영역. 그럼에도 윤리란 말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게다가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 자유권의 경계, 간통, 포르노, 국가보안법, 세금, 여성의 사회참여, 복권, 징병제 등이다.

 

이런 상황을 보니, 윤리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이 윤리를 정의로 치환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결국 윤리란 무엇인가라는 말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말로 바꾸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정의로운가를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사람들도 로크나 롤스 같은 사람들은 정의에 대해서 논한 사람들이니, 윤리를 정의로 치환하여 생각을 해도 별 무리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유권의 경계에 대해서는 우리의 자유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간통과 포르노에 대해서는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고 있다. 이를 자유권, 또는 윤리의 관점에서 판단해 보면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통념은 고정관념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관점에서 이것도 정의란 관점에서 생각해도, 이 책에서 논한 결과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고...

 

국가보안법은 더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자유나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힘의 문제로 유지되고 있으니 말이다. 힘의 논리로 자유, 정의의 논리를 누르고 있는 상태는 윤리적인 상황은 아니니, 국가보안법 문제는 철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책을 읽어도 이미 이 책의 논리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읽으니, 정작 읽어야 할 사람들은 읽지 않고 생각을 하지 않고 사회적 통념만을 유지하고 있으니...

 

세금과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해서는 지금도 논쟁 중이다. 그래서 참조할 게 많다. 아마도 다수결의 원칙이 아니라, 무엇이 정의로운가로 접근을 한다면 이도 우리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징병제도 현실의 논리, 힘의 논리가 아니라 정의의 논리, 윤리의 논리에서 접근해야 한다. 접근의 방식이 달라지면 대책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은 징병제에 대한 대책으로 모병제를 다루고 있는데, 지금은 논의가 더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으니...

 

군대가 꼭 필요할까? 군대를 없앤 나라도 있는데... 군대는 윤리적으로, 아니 정의의 면으로 보았을 때 필요한 존재인가? 이런 근본에서부터 문제에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현실 논리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더 나은 현실을 추구하기 위해서 정의, 윤리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니...

 

접근은 근본에서부터, 그러나 대책은 현실적으로... 이것은 모순인가? 아닐 것이다. 완전한 윤리, 완전한 정의를 추구하되, 지금 이 자리에 맞는 윤리, 정의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설 식으로 쓰였지만, 갈수록 읽기가 어려워진다. 아마도 논하는 내용이 어렵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이는 여러 철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법학적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의 효용성은 우리가 그렇겠지라고 생각하고 만 사항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하는데 있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언제까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살아갈 것인가. 이 책은 우리에게 생각하라고, 바르게 생각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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