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열국지 세트 - 전6권 고우영 열국지
고우영 글 그림 / 자음과모음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고우영의 열국지 세트를 구입했다. 만화 책을 사놓기란 많이 망설여지는 일인데, 고우영이란 작가에 대한 믿음이 그다지 망설이지 않고 사게 만들었다.

 

고우영의 만화는 만화를 어린이의 영역에서 어른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일지매를 비롯해 여러 작품들을 보면 말이다.

 

어린이들보다는 오히려 어른들이 읽어야 더 감칠맛이 나는 만화, 어른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풍자, 해학, 그리고 약간의 성적인 요소들이 그의 만화들에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열국지 하면 소설 식으로 편찬한 책도 많고, 집에 있는 것도 김구용이 편역한 "동주 열국지" 10권짜리가 있는데, 그런데도 고우영의 열국지를 산 이유는 만화라는 장르와 소설이라는 장르는 차이가 있고, 또한 열국지라는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고우영 나름대로의 해석을 바탕으로 만화를 만들었으리라는 생각, 그리고 아이들이 열국지라는 방대한 소설을 읽기보다는 이 만화를 통해 열국지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결론은 아이들이 읽기에는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글이 많다. 지금 아이들은 가능하면 글이 적은 만화를 좋아하는데, 고우영의 만화는 글에서 느끼는 재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낄낄거리면서 읽을 수 있는 이 만화를 아이들은 "학습"한다는 생각으로 읽게 될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 번째는 아이들에게 읽히기에는 "열국지" 내용에 성적인 부분이 많은데, 이게 참, 신문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라 나름대로 검열을 해서 별로 선정적이지는 않지만, 고등학생 이상에게는 좋겠지만 중학생은 이런 표현들을 잘 이해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림체도 요즘 웹툰의 그림체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좀 뭐랄까 고답적이라고 할까, 촌스럽다고 할까 아니면 눈에 확 안 들어온다고 할까 하는 인상을 주기 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지만 고등학생 이상에게는 이처럼 재미있는 만화는 없으리라. 슬픈 대목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해학이 잘 살아있고, 그림과 더불어 글들이 종횡무진 나타남으로써 풍자를 해주고 있으며, 단지 열국지-중국의 과거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연재 당시 사회상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상황도 제시되고 있어서 볼만하다는 수준을 넘어서서 꼭 봐야하는 만화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고사성어를 아는 즐거움이야 그렇다고 쳐도 중국의 방대한 역사를 만화를 통해서 재미있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만화는 커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다.

 

주나라의 실질적인 멸망부터 시작하여(그래서 사람들은 동주 열국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진시황이 전국시대를 끝내고 중국을 통일하는 부분까지 춘추전국시대의 주요한 사건 또는 인물을 다루고

있으니, 만화로 보는 이야기 중국사라고 할 만도 하다.  

 

책의 겉표지에는 그의 유고작이 되어버린 작품이라고 했는데, 연재를 마치고 단행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작가의 말을 완성하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의 말이 없는 무언가 한 군데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만화인데, 그 비어있음을 독자인 우리들이 채워야 하겠단 생각이 든다.

 

아마, 이 만화를 먼저 보았다면 소설로 된 열국지를 읽으면 더 좋을 것이고, 소설로 된 열국지를 먼저 읽었다면 이 만화를 보면 또다른 재미와 맛을 느낄 수 있으리라.

 

이틀 동안 나를 열국지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 고우영의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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