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 졸업을 앞둔 너에게
커트 보니것 지음, 김용욱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월
평점 :
입틀막.
보니것이 이 말을 들었다면 아마 무슨 헛소리야? 했을 거다. 당당하게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대통령 중 한 사람인 제퍼슨을 비판하면서 '불이 안 났는데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경우를 빼곤, 제 맘대로 말할 자유가 있거든요.'(153쪽)라고 한 사람이니...
대통령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입을 틀어막힌 채 끌려나가는 모습을 봤다면, 이 말을 다시 우리에게 들려줬을 수도 있겠다.
'요즘엔 그 어느 때보다 고문실이 많습니다. 이 나라가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에는 많죠. 미국이 종종 우방이라 부르는 나라들 말입니다.'(200쪽)라는 말을.
그만큼 그는 말할 자유를 옹호한 사람이다. 그래서 검열을 반대했고, 검열에 반대했던 사서들에 대해서,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에서 검열을 가장 많이 당한 작가' 181쪽-188쪽)
그는 자신의 말할 권리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말할 권리, 심지어는 극단주의자들의 말할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자신들에게 고통을 줄지라도.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자유가 책임져야 할 일이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추악한 사상 하나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자유의 대가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옛날 미국의 영웅들처럼 씩씩하게 자기 길을 가야 할 것입니다.'(188쪽)
이런 보니것에게 입틀막이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것도 권력자가 권력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이 비판할 권리를 막는 일은 민주주의 국가 (누가 좋아하는 말을 쓴다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미국의 수정헌법1조를 옹호한다. 이 법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고.
주로 대학 졸업식 연설문을 담은 이 책은 이렇게 보니것의 사상을 담고 있다. 그가 각 졸업식에서 하는 말은 다양하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이제 성인이라는 것, 성인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회를 좋아지게 하는 쪽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졸업이 예전의 성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인생을 즐기라는 것. 커다란 일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말로 작은 것에서도 인생의 행복을 찾으라는 것.
그래서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라는 말을 때때로 하라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제대로 받은 교육으로 세상의 억측가들에게 굽실거리지 말라는 것. 억측가들을 독재자라고 해도 좋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선동가라고 해도 좋다. 그런 인물들이 많은데, 지금 미국의 트럼프가 대표적이지 않을까.
아마 보니것이 살아 있었다면 이 트럼프를 풍자하는 말을 통렬하게 했을 텐데... 단지 트럼프 뿐만이 아니다. 지금 세상에는 지도자랍시고 트럼프의 아류들이 너무도 많은 현실이니... 보니것이 졸업생들에게 한 이 말,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나라 2030세대 (세대론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보니것은 이러한 세대론에 대해서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별개의 세대에 속한 구성원들이 아닙니다. ...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을 살며 떼어낼 수 없는 사이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형제자매로 여겨야 합니다. ... 나의 아이들이 이 행성에 대해 불평할 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꾸합니다. "조용히 해! 나도 여기 좀 전에 도착했어. 내가 므두셀라-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로, 969년동안 살았다고 전해진다-라도 되는 줄 알아?" ... 우리는 대체로 동일한 일생을 살고 있습니다.' (28-29쪽)라고 하고 있으니, 이 말 정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에게 그대로 전해줘도 되겠단 생각이 든다.
'억측가들에 관한 사실 하나가 드러났습니다. 그들은 생명을 구하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관심을 끄는 것입니다. 또한 아무리 터무니없는 것이라도 그들의 억측이 언제까지나 유지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들이 증오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현명한 남성과 현명한 여성입다.
그러니 어떻게든 현명한 사람이 되어주십시오. 우리의 생명과 여러분의 생명을 구하십시오. 존경받는 사람이 되십시오.'(146쪽)
우리나라도 이런 억측가들이 있으니, 보니것의 이 말을 자꾸 되새겼으면 좋겠다. 그가한 것처럼 그들이 잘못했다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사회에 갓 발을 들여놓거나 사회 생활을 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들에게, 당신들이 배운 것을 생각해라. 그리고 지금 큰소리치는 사람들의 주장을 잘 생각해봐라. 우리는 현명해져야 한다는 이 말. 이것은 부탁이다. 그리고 당신들과 우리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 않다. 세대 구분이 아니라 우리는 동시대에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니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는 이 말들.
여기에는 사랑이, 믿음이 그리고 연대가 깔려 있다. 이것이 보니것이 평생 동안 추구한 일들 아니었을까? 이런 그에게 '입틀막'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일이 벌어지는 사회를 그는 용납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이 아니라 우리 역시 그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하고 있으니... 보니것 연설이 지닌 보편성이 이런 데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참조할 만한 문장이 많은데, 친절하게도 책의 맨 뒤에 '시대로부터 동떨어졌지만 생각해볼 만한 문장 모음'이라는 장이 있다. 보니것의 문장 중에 생각해볼 만한 문장들이 실려 있으니, 그것을 읽어도 좋다.
이 책의 제목을 바꿔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래, 이 맛에 읽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