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로그 - 생존과 쾌락을 관장하는 놀라운 구멍, 항문 탐사기
이자벨 시몽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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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에 얽힌 이야기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호사가들이나 심심풀이로 항문에 대해 탐색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을 읽어보면 아니다. 항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하긴 항문이 없으면 사람이 배설을 하지 못하니, 살아가기 힘들겠지. 이 책에도 신체의 각 기관들이 서로 자기가 대장이라고 하는 장면에서 항문이 자기 문을 꼭 닫아버리자 다른 신체기관들이 맥을 못 추는 장면, 그래서 항문을 대장으로 인정하자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중요한 기관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문을 감추기기에 급급한다. 세상에 누가 항문을 내놓고 지내려 하겠는가. 현대에는 더더욱. 한데 이 책을 읽어보면 항문에 관한 많은 예술작품이 있으니, 꼭 감추려고만 한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의학적인 정보도 제공하고,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다른 동물들은 걸리지 않는 항문 관련 질병을 앓기도 하니, 여기에 태양왕이라고 불렸던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치루로 고생을 했다는, 그의 수술에서 불렸던 노래가 영국에서 거의 국가 취급을 받는다는 내용도 실려 있고...


항문이 우리에게 주는 쾌락도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러니 프로이트도 '항문기'라는 특정한 시기를 언급하고 있겠지만, 단지 호사가의 취미라기보다는, 그동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신체기관이지만 잘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이 책이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항문에 관한 다양한 지식들이 들어 있으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농담 식으로 했던 퀴즈가 생각났다.


'학문과 항문의 공통점을 세 단어로 말하면?'이라는. 답은 '넓힌다. 힘쓴다. 닦는다' 넓히고 힘쓰고 닦아야 하는 학문과 항문. 이렇게 보면 항문에 대해 아는 것도 학문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무튼 그냥 재미있게 읽어도 될 책이다. 물론 저자의 말을 다 믿고 따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명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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