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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버린 비밀 ㅣ 슈테판 츠바이크 소설 시리즈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선형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9년 10월
평점 :
성장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에드거란 소년이 사건을 겪으면서 어린 시절을 벗어나는 과정을 그린 소설. 그 사건이란 바로 어른들의 일이다. 어른들의 일? 아마도 아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그런 감정들의 교류, 고민, 행동들.
열두 살의 에드거. 엄마와 함께 왔다가 엄마를 유혹하려는 남작의 꾀임에 빠지게 된다. 남작은 에드거에게 접근해 자연스레 에드거의 엄마를 유혹하려 한 것. 이제 중년의 여인이 되어가려는 에드거의 엄마에게는 선택지가 둘이다. 평생을 한 사람의 부인으로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든지, 사랑의 모험에 빠지든지.
이성보다 먼저 작동하는 것이 감정 아니던가. 자신에게 친절하게 접근해오는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데, 이때 방해가 되는 것은 에드거. 이들은 에드거를 떼어놓기 위해 여러가지 일을 한다.
이 여러가지 일이 에드거에게는 낯설다.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 또한 자신에게 친구가 되어주었던 남작이 엄마와만 이야기하는 것에 불만이 생긴다. 그래서 에드거는 둘 사이에 어떻게든 끼려고 한다. 이러면 어른들은 더더욱 에드거를 떼어놓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이 거짓말, 에드거는 아직 이해할 수가 없다. 남작이 엄마를 유혹해 나쁜 짓을 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복도에서 엄마를 껴안고 있던 남작을 공격한다. 이 공격에 놀란 엄마와 남작. 남작은 결국 휴양지를 떠나고 엄마는 에드거에게 남작에게 사과 편지를 쓰라고 하지만 거절하는 에드거. 결국 엄마와 갈등을 일으킨 에드거는 호텔을 나와 할머니의 집으로 향하고...
결말이야 뭐, 성장 소설답게 행복한 결말이고, 이런 사건으로 인해서 에드거가 성장했다고 할 수 있지만.
어른들의 은밀한 세계를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면서 거기에 끼어들 때, 아이는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고 여기지만 아직은 한참인 때. 이때 홀로 있어야 하는 시간이 더더욱 아이를 성장시킨다.
호텔에서 나와 할머니의 집까지 기차를 타고 가면서 에드거는 어린 시절과 이별하고 있음을 깨닫고,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화초처럼 지내던 자신의 삶이 진정한 삶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가족의 사랑도.
이 소설에서 에드거가 겪는 일은 많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어른들과 겪을 수 있는 갈등들이다. 그들의 세계는 아이들의 세계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어른들의 세계를 다 안다는 듯이 행동하는 아이의 비밀. 이 비밀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아이를 아이의 세계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그 점을 에드거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읽으면서 열두 살이면 그때는 그렇게 순진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 하여 원문에 열두 살로 되어 있어도 번역할 때 현대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조금 나이를 낮추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오해할 때가 많다. 또한 그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고. 자신들만큼 어른들도 고민이 있고 괴로워할 때가 많다는 것을 모를 때가 많다. 그런 어른들의 감정에 조금 다가갈 때 그때부터 아이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엄마와 남작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어른들의 세계를 엿보고 어린 시절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에드거의 모습. 그리고 그런 일들을 통해서 에드거는 어른들의 세계를 조금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 누구도) 이해하게 되는데...
짧은 소설이다. 그럼에도 한 아이의 고민과 성장이 잘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