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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밖에 없네 ㅣ 큐큐퀴어단편선 3
김지연 외 지음 / 큐큐 / 2020년 9월
평점 :
다름이 모여 함께 사는 모습. 이 소설집에 실린 내용이다. 다르다고 인정 못 받는 삶. 지금도 여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나는 당신들과 달라, 나는 이런 사랑을 할래라고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니.
사랑의 방식이 하나만이 아니고, 가족의 형태가 하나만도 아니니, 그런 다양한 삶들을 서로가 인정하면서 살면 될 텐데...
우리 삶들이 경계가 겹쳐지지만, 그렇다고 내 경계 안으로 상대를 완전히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 이 소설집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김지연, 사랑하는 일
정세랑, 아미 오브 퀴어
정소연, 깃발
조우리, 엘리제를 위하여
조해진, 가장 큰 행복
천희란, 숨
한정현, 나의 아나키스트 여자친구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이 모두 행복하게 함께 살았다고 끝나지는 않는다. 헤어짐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사랑하는 사람들, 그런 헤어짐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나타나고 있고(깃발), 헤어짐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며, 그것 또한 사랑임을 인식하는 사람도(가장 큰 행복), 남들에게 특히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지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사랑하는 일), 연인의 수술로 새로운 친구 관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나의 아나키스트 여자친구)도, 자신들만의 공간을 지키면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도(엘리제를 위하여), 자신의 성정체성 때문에 힘들게 살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숨)도 나온다.
여기에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AI가 통치하는 사회에서 그러한 AI와 소통하는 사람이 나오고, 여기에 인터섹스라고 해서 어느 한 성에 고정되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 제국주의적 모습을 보이는 사회와 전쟁을 하는데, 살상을 하지 않기 위해서 마취탄을 무기로 쓰는 그러한 전쟁이라니 참...(아미 오브 퀴어)
이것은 나와 다르다고 해서 없애버려야 할 존재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야 할 존재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일곱 편의 소설들이 모두 읽기에 좋았고,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으며, 여러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다.
참고로 제목이 된 '언니밖에 없네'는 '숨'에 나오는 대사다. 202쪽에. 나이든 여자들이 서로를 돕는 모습이 잘 드러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