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평점 :
아인슈타인은 "많은 사람은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라고 말했다. (436쪽)
명심해야 할 말이다. 과학 교육을 강조할수록 인성의 중요성을 생각해야 함을, 아인슈타인의 말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과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적이 좋다는 ('머리가 좋다는'과 '공부를 잘한다는'과는 다른 의미로) 학생들이 주로 의대에 간다. 의학을 공부한다. 그런데 이 의학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지성-실력도 필요하지만 인성-사랑이 우선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재능을 ('성적을'이라고 쓰고 싶지만, 성적이 우수한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니까) 쓸 뿐, 그 재능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쓴다고 할 수 없다. 비록 그가 실력 있는 의사라는 소리는 들을 수 있을지 몰라도, 훌륭한 의사라는 소리는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든 사례 중 두 가지가 의학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서 얼음송곳으로 머리를 뚫어 뇌절개술을 한 의사. 또 성적 지향은 문화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자신의 뜻대로 아이들의 성을 결정해버린 의사. 과연 그들의 인성이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수술이나 치료를 통해서 사람에게 유익함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그들은 자신의 행위가 일으킬 결과에 대해서는 숙고하지 못했다. 또 자신의 재능 (실력)에 도취되어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듣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 지성은 있어도 인성은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지성만 믿고 남의 말을 듣지 않았기에 결국은 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었다. 어디 이런 의사들만이겠는가.
과학-의학 분야에서 이런 일은 많이 일어남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는데... 박물학 분야에서 자신의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 노예 무역을 하는 상인들과 결탁한 사람도 있고, 의학의 발전을 이룬다는 목적으로 시체를 도굴해서 해부한 의사도 있으며, 성병을 치료한다고 사람들을 성병에 감염시킨 의사들도 있다.
이들은 사람을 살리겠다는 목적을 지니고 활동을 했겠지만,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없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신들에게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이런 점에서 아인슈타인이 말했다는 지성보다는 인성이라는 말이 다가온다. 예전에 읽었던 '유나바머'의 경우도 이 책에 나온다. 그가 하버드 대학 재학 시절에 심리적 실험으로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 꼭 그것이 다는 아니겠지만 그러한 비윤리적인 방식이 사람의 행동을 왜곡할 수 있음도 생각해야 한다.
이 책은 이런 과학-의학 분야에서 일어난 비윤리적인 사건들을 다룬다. 처음 시도할 때는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론적으로 그들의 행위는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는 초래할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성찰은 듣기에서 온다. 다른 사람의 말도 그렇지만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말들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바로 인성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과학자-의학자에게는 지성보다 인성이 더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그러면서 저자는 미래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멈추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현대 과학기술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함을,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과학사-의학사를 통해서 살펴봐야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이 책을 맺고 있다.
'기술이 남용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모든 악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세계에 새로운 힘을 도입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완화시킬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458쪽)
이 말은 과학-의학에 삶을 투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 또 그들에게 어떤 자세를 지니라고 해야 하는지를 지금 우리 사회를 살피는 거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