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도발적이다. 전쟁과 강간이 한꺼번에 나오는 시집 제목이라니...


  실제 전쟁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로 언론을 통해 소식을 듣게 된다. 사실 강간도 전쟁이다. 한 성이 다른 성에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전쟁.


  그러니 전쟁 중이나 강간은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말은 성립이 안 된다. 둘 다 전쟁이고 범죄이기 때문이다.


  제목이 된 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 군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국가가 흔들리는데 성폭력 문제가 그렇게중요한가라는 시선에 대한 인나 소우선 우크라이나 의원의 말이라고 한다. (이 시집 29쪽 주 참조)


시인은 그 말을 행을 바꿔 시에 가져왔다. 전쟁 중이라고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으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전쟁 범죄다. 공소시효를 두어서는 안 되는.


시인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앞부분 생략) ... 전시 강간을 운 없는 개인이 겪은 / 안타까운 작은 일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된다. / 분명히 직시해야 할 건 / 러시아가 훼손하고 있는 것이 / 인간이라는 점이다. / 전쟁은 추상적인 그 무언가가 아니다 . / 인간과 세계를 바꾸는 구체적인 사건이다. ... (뒷부분 생략)


- 하종오,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이야기하자?. b판시선. 2023년. 28쪽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만이 아니다. 시집에는 세 나라(시를 읽다 보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으니... 이를 전쟁이라 하기에는 좀 그렇다.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라고 하는 편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명백한 전쟁 범죄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지 시집을 통해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시인은 먼나라 사람들이 겪는 일을 남의 일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 바로 우리가 함께 겪는 고통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우리도 전쟁을 치르지 않았던가. 또한 전쟁이라고 할 수 없지만 학살을 겪지 않았던가. 민주화를 위해 많은 사람이 희생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시인에게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민주화 운동이라든지, 전쟁, 학살이 남 이야기 같지 않다.


따라서 시인은 4월에 우리의 4월과 외국의 4월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바로 우리의 고통임을.


하여 시집의 마지막 시에서 시인이 꿈꾸는 나라가 나온다. 그런 나라, 우리가 원하는 나라여야 한다.


  난민 국가

 

각국 난민이 모여 국가를 세운다면

국호를 난민국이라 지을 것이다


난민국에는 어디에 가도

푸성귀가 포기포기 자라고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고

곡식이 알알이 익어서

식량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독재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내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난민만 살 수 있다


난민국에선 누구를 만나도

좀체 눈치를 보지 않고

일절 말다툼하지 않고

절대 등 돌리지 않아

사람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니

모두모두 이웃이 된다고

모두모두 친구가 된다고

장담하는 난민만 살 수 있다


어느 정도 이상 부유해지지 말고

어느 정도 이하 가난해지지 말자는 약속을

건국이념으로 삼는 국가가 될 것이다


하종오,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이야기하자?. b판시선. 2023년. 129-13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