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탈북자라는 말을 썼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때 새터민이라는 말을 쓰자고 했던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


  그들을 실생활에서는 만나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그들이 북한을 떠나오기 전에 겪었던 일을 증언한 증언집을 읽으며 북한의 생활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되었다.


 몇 가지가 기억이 기억이 난다. 우선 북한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 월급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대가를 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쌀 1kg을 살 정도의 돈이라고 한다. 이들에게는 국가가 다 재워주고 먹여주기에 월급 개념이 없다고 하면 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국가가 줄 수는 없으니... 일하고도 대가를 받지 못하는 생활을 견뎌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


  그러니 북한에서는 직장에 가는 대신에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고 일정액을 직장에 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도 그 일을 막지는 않고 오히려 장려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공유지의 비극도 아니고, 이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지.


상당히 폐쇄적이라고 생각했던 북한에 밀수가 횡행하고 있었다는 사실. 직접 밀수에 참여했던 사람의 증언이 있으니 헛말은 아닐테고...


먹고 살기 힘드니 중국과의 밀수를 통해서 돈을 버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뇌물을 주면 만사가 다 통한다고 하니, 사회주의국가를 표방하는 북한에서 돈(자본)이 최고의 가치로 작동하고 있는 모습에 씁쓸함을 느낀다. 개인의 밀수뿐만이 아니라 국가 밀수도 있다는 증언이 있으니, 세계와 무역을 할 수 없는 북한이 자구책으로 선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소위 보통 국가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어릴 적부터 배운 내용들, 쉽게 반란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말을 대부분의 증언에서 만날 수 있는데, 이는 어릴 적부터 들어온 내용이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이게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도 증언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우선 좀 여유가 있는 북한 사람들은 남한 방송을 많이 본다고 한다. 공개적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암암리에 남한 방송을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 또한 남한에 와서 정착한 사람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그나마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통해 북한의 통제 사회에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북한에서는 의무적으로 남녀를 불문하고 군대에 가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증언집을 보면 그건 명시적인 것이고, 돈을 주고 군대에 안 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들의 군대에서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보면 되고, 여기에 북한의 대학은 공부를 많이 한다기보다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발판 역할만 한다고... 그러니 대학 성적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수업도 주로 오전에 끝나고 오후에는 노력동원을 나간다는 증언이 많다.


국경을 넘는 일도 예전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국경 통제가 강화되어서 예전과 같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국경을 넘거나 밀수를 하는 사람, 남한에서 북한으로 돈을 전달하는 일 등이 완전히 끊기지는 않을 거라는 증언이 있다. 이는 폐쇄된 북한 사회를 개방된 사회로 바꿀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통제되고 폐쇄된 사회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삶이 여유로워져야 한다. 배가 불러야 딴 생각도 할 수 있는 것. 그러니 북한을 개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증언집이다. 


이런 증언을 보라. 


"저처럼 한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은 남 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어요. ... 그런데 한국으로부터 돈 받는 사람들은 자기들만 그 돈을 쓰는 게 아니에요. 보위원이 와서 쪼고 담당 주재원이 쪼고 그러니 뇌물을 바쳐야 해요. (중략) '돈은 받아서 쓰되 나라를 반역하진 마라'는 것이죠. 보위부에서도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할 정도로 공공연한 사실이에요." (515쪽)


"그런데 미국도 그렇고 여기 한국도 그렇고 뭘 모르는 게, 제재를 하면 할수록 북한은 핵을 더 만들 거예요.  ... 오히려 풀어 놓는 게 더 나을 거라 저는 생각해요. 제재를 하면 할수록 북한은 더 악에 받쳐서 핵을 더 만들 거거든요. 저는 북한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제재가 해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534쪽)


이와 비슷한 증언들이 많으니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통일을 위한 발판으로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알 필요가 있으니...


60명이 넘는 북한에서 온 사람들의 증언이 담겨 있는 책인데, 비매품이라 시중에서는 구하기 힘들겠지만,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부에 연락하면 구할 수 있을지도... 


책의 뒷부분에 실린 국제사면위원회의 권고는 다음과 같다.



그리고 혹시 읽고 싶은 사람은 이 사진을 참조하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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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27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주 일요일 방송하는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탈북한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더욱 잘 알 수 있어요. 책보다 오히려 더 생생한 증언들이지요.

kinye91 2023-12-27 10:21   좋아요 0 | URL
네. 방송 채널은 모르고 있었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시우행 2023-12-2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즐거운 시간되세요.

루피닷 2024-01-01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kinye91 2024-01-01 07:3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루피닷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