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선진국 -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통계로 보다
박재용 지음 / 북루덴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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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한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역사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하지만, 한순간에 선진국에서 떨어질 수는 있다.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말만 난무하고 있으니까. 실천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좋은 말은 다 뱉어내고 있으니까. 정책으로 실현해야 하는데, 정책은 실종되고, 말만 나부끼고 있으니...


불평등한 선진국이란다. 당연하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평등하지는 않다. 불평등하다. 그러나 그들은 불평등을 인지하고 있다. 불평등하기 때문에 정책으로 평등을 지향하려 한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그 상황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 그래야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통계지표를 활용해서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평균치로 잡힌 통계에서는 불평등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화려한 숫자만 보일 뿐이다.


이 평균 숫자를 보지 않고, 평균을 이루게 된 숫자들을 보면 불평등이 보인다. 불평등이 보여야 평등을 지향할 수가 있다.


일인당 국민소득을 4만 달러라고 하자. 선진국이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던 나라에서 4만 달러라니...(이 책은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해(2019년 기준인지, 2017년 기준인지는 조금 모호한데...2019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평균소득은 3,528만원이라고 한다-이러면 환율을 1달러당 1300원으로 계산하면 약 27,138달러가 나온다 ) 43,430달러로 전세계 27위라고 한다.14쪽)


하지만 평균값은 상위 수준이 아주 높으면 상위 20%의 소득으로 나머지 80%의 소득과 같을 수가 있다. 평균은 올라가지만, 실질적으로 소득은 그리 높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수가 있다. 통계의 함정이다.


이 책은 이렇게 통계 수치를 평균으로 보지 않고, 구간별로 나누어서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평등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많은 자료들을 인용하고 있는데, 결론은 불평등이다. 그것도 이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문제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오히려 평균소득은 높아지지만 불평등은 심해지고 있다고 하니...


특히 노동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청년들 사이에서도 경제적 차이에 따른 차이가 더 벌어지고, 기존에 어렵게 살던 사람들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4부에서 가족 해체, 노인 자살, 지방 소멸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소수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지내는지를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장애인 여성, 모자 가구, 주거 취약계층을 다룬 5부에서 보여준다. 


이들이 계속 더 힘들어지는 생활을 한다면, 우리나라는 무늬만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무늬만 선진국이 아닌 실질적인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불평등을 인정해야 한다.


인정해야 고치려고 한다. 그것도 정책과 제도를 통해서.


책의 결론 부분에서 대책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 대책이 당연하다고 하는 사람과 얼토당토 않다고 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이런 갈등으로, 정책은 길을 잃고 불평등은 더 심화된다. 저자의 대책을 보자.


'먼저 소득에서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의 노동권을 확실하게 보호하고, 노동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정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소득세 등 직접세 세율을 더 올리고 공공복지 예산을 늘려야죠.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해 상속세와 증여세의 세율을 올리고 면제 범위를 축소하면 됩니다.

  불평등이 줄어들면 교육 문제의 기본이 해결됩니다. 소득 격차가 적어지면 기를 쓰고 명문대를 갈 이유가 줄어들고 자연스레 사교육도 감소합니다. 부모의 소득 중 교육비로 빠져나가는 비용이 주니 그 또한 좋은 일입니다. 소득 격차가 줄고 국가의 소득 재분배가 더 활발해지면 중산층이 넓어지고 여유가 생깁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출산율로 높아지고, 지방 소멸도 더뎌지겠지요. 

  이렇게 결론은 쉽습니다.' (458쪽)


아니, 결론이 쉽지 않다. 우선 최저임금 문제부터 갈등이 일어나니 말이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말,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지 않은가. 직접세 세율, 깎으면 깎았지, 높이지 않으려 하고, 교육, 사교육이 심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는데, 그동안 불평등을 일으키고 그 간격을 더 크게 벌리는 제도들을 없애기는커녕 더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 아닌가.


그러면 불평등한 선진국이란 말이 없어지지 않는다. 어디에서 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있는지를 통계를 통해서 살펴야 한다. 평균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그 점에서 이 책은 불평들이 나타나는 숫자들을 우리들이 보게 한다. 그 숫자들을 통해 평균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저자가 제시한 해결 방법,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를 통한 토론이.


결코 어렵지 않게 우리나라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생각하게 해준 책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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