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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샹보 거리
가브리엘 루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이상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가브리엘 루아. 역시 애트우드 책을 읽다가 읽어야지 결심한 작가. 그렇게만 생각했다. 이 책을 펼치면서 작가 약력을 보기 전까지는.
이런 이런, 가브리엘 루아가 바로 그 작가였구나. 머리 속에서 사라진 기억을 탓해야 하는지, 참... 오래 전에 한 방송사에서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선정된 책들은 웬만하면 사서 읽었는데...
그때 선정된 책 중에 가브리엘 루아가 쓴 [내 생애의 아이들]이 있었다. 교사로 근무하면서 만났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소설이라고 해도 좋고, 수필이라도 해도 좋을 그런 작품이었단 느낌이 남아 있는데...
잔잔하단 느낌. 그냥 읽으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작품이었다. 그런 기억은 있다. 작가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런데 이 작품도 그 작가의 작품이었다니... 참.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내 생애의 아이들]보다 더 앞선 시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의 자전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작가의 어린시절부터 교사가 된 시점까지를 다루고 있다.
짧은 소설, 최성각 용어대로 하면 '엽편소설'이라 할 만한 작품들이 많은데, 아주 어린 시절,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어른들의 모습부터, 점점 자라면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소설집이 진행될수록 나온다.
결코 상류층이라고 할 수 없는, 어쩌면 우리나라 작품 '검정 고무신'을 연상하게 하는 그런 인물들과 배경이 나오는데, 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추억에 잠길 수가 있다.
이미 지나온 세계에 대한 향수라고 할까?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어린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해야 할까? 이 소설집은 그러한 마음이 들게 한다.
비록 배경이 캐나다의 시골 마을이지만, 우리나라 50-6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어린 소녀의 눈으로 본 마을 사람들, 그리고 가족들, 그들의 이야기.
어려운 환경임에 분명하지만, 소설은 우울하지 않다.우울한 내용이 나와도 그런 일이 우리 인생에서 거쳐야 할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 한편의 동화를 읽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한 아이의 성장기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소설은 시간이 흐르다가 마지막 소설에 이르러서는 서술자가 교사가 되어 끝난다. 아련하게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우리가 거쳐온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