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67
솔로몬 노섭 지음, 원은주 옮김 / 더클래식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예 12년]


노예 해방이 된 지 100년이 넘었다. 흑인 대통령이 미국에서 선출되기도 했다. 그런데 거의 노예 해방 선언이 된 지 100년이 지나서야 겨우 버스에서 흑백 차별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과연 지금 미국에서 흑백 차별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할 수 있나?


흑인들이기때문에 느끼는 위협이 아직도 있지 않을까? 미국이 민주주의의 모범인 나라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경제적 불평등은 말하지 않더라도 피부색에 따른 차이,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은 흑인을 차별하던 시대에서 얼마나 멀리 왔을까? '헬프'나 '히든 피겨스' 또는 '그린북'같은 영화가 여전히 상영되는 이유는, 흑인 차별이 과거의 일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여전히 보이지 않게 흑인을 차별하는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 자신들이 행하는 일을 반성하자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면으르 보면 과연 미국은 흑인을 차별하던 그 부끄러운 과거를 얼마나 극복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과연 그들은 그 부끄러운 과거를 잊고, 새로운 미국을 만들었을까? 미국이 강대국이 된 이유는 흑인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과 기여가 있지 않았을까?


보이지 않는 노동, 보이지 않는 역할, 이것으로 인해 미국 사회는 지금 세계 최강국이 되었고, 그들의 희생을 통해서 올라섰음에도 자신들이 민주주의의 화신인양 행동하고 있다.


자신들이 누리는 민주주의에 흑인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잊고서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미국에서 또 전세계에서 계속 읽혀야 한다. 흑인들이 어떤 차별을 받았는지를, 백인들이 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기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한다. 마찬가지로 노예를 착취하던 시대를 기억하기 위해서도 많은 일을 해야 한다. 홀로코스트가 몇 해동안 일어난 일이라면 흑인을 노예로 부리고 착취한 시기는 100년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인간을 피부 색깔만으로 인간이 아닌 동물처럼 대한 역사. 자유인임에도 불구하고 납치되어 노예로 12년을 살아야 했던 솔로몬 노섭. 그가 다시 자유인이 되는 데는 백인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딱 거기까지다.


백인들의 도움은. 이 책을 읽어보면 그가 노예상인들을 고소했지만, 법정에서 그는 진술할 권리도 얻지 못한다. 오로지 백인들만이 진술한다. 그리고 노예상인들이 백인이므로 그들의 진술이 신빙성을 얻어 그들은 처벌받지도 않는다.


분명 납치되어 노예 생활을 12년 동안 했음에도 솔로몬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 단지 책을 한 권 내고 유명인사가 되었을 뿐이다.


그것도 뒤에 실린 약력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그후 그의 삶은 알려지지 않았다. 실종되었다고 하는데... 자유인으로 태어나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흑인이지만, 그는 언제든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모든 백인이 다 악인은 아니라고 한다. 착한 주인도 있었다고 쓰여 있다. 당연하다. 흑인을 차별하는 시대에 자유인에서 노예로, 다시 노예에서 자유인으로 돌아온 그가 책을 쓸 때 과연 백인이 모두 나쁘다고 쓸 수 있을까?


노예를 인정하지 않는 북부 미국이라고 하지만, 그 곳에서도 흑인은 백인과 같은 자유를 누릴 수 없었다. 그리고 책에 모든 백인은 나쁘다라고 쓴다면 과연 그 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


물론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노예제를 인정하고 노예를 부리는 틀 안에서 착하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단지 노예를 인간적으로 대해줘서? 그것이 인간적으로 대해줬다는 것인가?


그들이 노예를 인간으로 생각했다면, 이 책에 나오는 백인 배스처럼 노예제를 반대해야 한다. 노예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대우를 받아야 했던 흑인들. 그들을 거의 100년 넘게 노예로 부렸던 미국인들... 그들은 과거를 반성하고, 기억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는지, 과연 지금의 미국은 노예제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이렇게 눈에 보이는 노예제도 있지만, 현대 세계는 보이지 않는 무엇으로 사람들을 옭아매지 않나. 옴짝달싹 못하게 사람들을 억압하는 제도. 그런 제도를 인식하고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이 책은 단지 과거 노예제의 문제점만을 말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그 시대의 노예제처럼 사람을 힘들게 하고 착취하는 제도가 있다면 그것을 찾아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그야말로 덧붙이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건 바로잡아야 한다. 20쪽. '쿼드룬'이라는 말에 대해 옮긴이 주가 달려 있는데...

쿼드룬(흑백 혼혈인 물라토와 흑인 사이에서 태어나 흑인의 피가 사분의 일 섞인 인종-옮긴이)라고 되어 있다. 

단순히 생각해 보자. 물라토(흑+백)+흑인(흑+흑)이라면 흑인의 피가 사분의 삼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물라토와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흑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흑인의 피가 사분의 일이 섞였다는 계산이 된다.

내가 읽은 책이 2014년 초판 1쇄 책이니, 아마 그 후 판본에서는 수정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하수 2023-02-02 15: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읽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도 미국 흑인 노예 스토리네요 그들이 과연 인간이기나 했는지 진정 묻고 싶네요... 보다가 가슴이 답답해져서 진도가 잘 안나가요. 그래도 결국 자유를 찾지 않을까 희망을 품고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kinye91 2023-02-02 17:21   좋아요 1 | URL
과거 노예를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사람으로 인정했다면 그렇게 대우할 수가 없었겠죠. 이 책은 노섭이란 사람의 경험담인데, 지금 미국을 보면 그때로부터 흑인들이 얼마나 나아진 생활을 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돼요. 예전 흑인들의 삶을 다룬 책들을 읽으면 가슴이 답답해지죠. 그래도 읽어야 기억하고, 기억해야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