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 곽재식의 기후 시민 수업
곽재식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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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해서, 기후위기라고 하기도 하고, 기후재앙이라고 하기도 한다. 여기서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가 힘들어진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분명히 말한다. 기후변화로 지구가 힘들어지지는 않는다. 지구는 그만큼 많은 기후변화를 겪어왔다. 다만, 힘들어지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힘들어진다? 모든 사람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힘들어지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 소위 사회적 약자라고 하는 사람들.


가끔 텔레비젼을 보다보면 광고로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 물이 부족해서, 영양이 부족해서 너무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자는 광고가 나온다. 참 많은 단체들이 그들을 돕기 위해서 일한다. 그런데 그들의 삶은 여전하다.


사람들의 선의에 기대어 그들 삶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데에는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 작용이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그 나라 사람들이라고 모두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는다. 그 나라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이 힘든 삶을 살아간다. 생활이 아니라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자신들의 생명 유지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 약자다. 또 기후변화가 지구 곳곳에서 동시에 진행되지 않는다. 어느 지역에 또 어느 때에 갑자기 폭우, 폭설, 폭염, 가뭄, 강추위 등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나타난 기후재앙은 사회적 약자에게 가혹하게 다가온다. 그들의 삶을 힘들게 한다. 그런 점에서 기후변화는 지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사람이 사람을 함께 사는 존재로 여긴다면, 기후로 인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덜 고통받도록, 또 고통받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이익이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문제다. 이윤을 포기할 수 없기에, 기후변화 역시 대응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지구에 사는 나라들이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자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책은 그것이 왜 어려운지를 역사적 대응을 살펴보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가 개입되면 함께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 있다.


또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현재의 관점에서만 이야기하면 선진국은 책임에서 멀어지고, 개발도상국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사태가 생긴다. 사고는 선진국이 치고, 뒷감당은 개발도상국들이, 그것도 개발도상국에서도 사회적 약자가 덤터기를 쓰게 된다.


그러니 기후변화를 거창하게 이야기하지 말자고 한다. 그냥 바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자고 한다.


지구를 살린다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이웃과 함께 살자는 운동이어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만큼 기후변화는 당장 닥친 우리의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란, 무슨 고상한 취향을 드러내기 위한 선행 같은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미래에 우리와 우리 이웃이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더 긴박하고 현실적인 문제다. 기후변화에 대해 고민한답시고 사람의 손길에서 벗어난 자연의 섭리 같은 평온하고 흐릿한 관념에 빠져 있던 세상은 이미 갔고, 이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찾아왔다. ...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생각할 때, 귀여운 북극곰들이 당황하는 모습만을 떠올리기보다는, 급작스러운 집중호우에 배수가 역류하는 도시의 반지하 방에 사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인지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해볼 수도 있겠다.' (439쪽)


마음 속에 담아두어야 할 말이다. 책이 좀 두껍기는 하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또 읽으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 어느 하나로 고정되지 않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것도 우리가 친환경이라고 여기는 일들이 과연 기후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인지도 생각하게 하고.


이런 글이 이 책에 나온다.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탄소발자국에 대해서도 여러 논란이 있고, 어떤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치즈가 반도체보다도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안 좋은 쪽으로) 하는 통계 수치도 있다고 하니까. (428쪽)


'비닐봉지는 워낙 만드는 데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기 때문에, 면으로 만든 가방을 하나 만들 정도면 비닐봉지를 131개 만들 수 있다. 이 계산은 영국환경청의 2011년 발표인데...'(418-419쪽)


비닐봉지를 쓰지 말자고 많이들 말하는데, 면봉지가 더 문제일 수 있다는 주장. 이렇게 기후변화에 관련되어서는 다양한 관점, 다양한 통계가 적용된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니, 더 정확한 통계를 요구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체로 공유되고 있는 방법들,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확충하는 방법, 주택을 단열이 잘 되도록 짓는 방법 등등을 살리고, 정부가 기후변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후변화로 인해서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적어지도록 정책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전기차와 수소차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러 자료와 과학적인 내용을 들어서 설명해주고 있어서, 그것들이 지금 어떤 위치에 와 있는지도, 왜 전기차만이 아니라 수소차에 대해서도 계속 연구를 하고 있는지 그 이유도 알 수 있다.


이 책은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소개하고 있고, 그것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도 알려주고 있어서, 기후변화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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