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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학교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20
아르튀르 테노르 지음, 곽노경 옮김 / 내인생의책 / 2015년 1월
평점 :
왕따라는 말. 한때 유행했었다. 이렇게 쓰고 싶은데, 그렇지가 않다.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공간이 배움의 공간이고, 학생들이 성장해 가도록 돕는 공간임에도, 어떤 학생들에게는 지옥보다도 더한 고통을 주는 공간이 된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가해학생은 별다른 생각없이 그냥, 재미로 했다고 하지만, 피해학생에게는 하루하루가 지옥이 된다.
아무 생각없이 던진 말, 얼마나 많은 비속어들이 난무하는지, 청소년들의 언어는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난다. 개**, 씹*, *나 등등은 그냥 상투적인 말일 뿐이다. 그들이 쓰는 언어와 언어를 이어주는 그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말들이 지니는 의미는 그렇게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넘어갈 수가 없다. 언어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언어에는 가치가 담겨 있다. 욕은 상대를 비하하기 위해, 상대를 괴롭히기 위해 쓰는 언어다. 그러므로 욕이 상투적이라는 말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주는 일들이 일상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책이 모두에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쓰는 말,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쓰는 말들 가운데 이런 비속어가 많으면 그건 문제다. 언어가 칼이 되어 상대방의 가슴을 후벼파고 있는 중인데, 그에 대해서 아이 때는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는데... 아이 때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괴롭힘이라는 생각이 어떤 아이에게는 죽음으로 이끄는 길이 되기도 한다.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은 더욱더 명심해야 한다. 어떤 괴롭힘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해야 한다. 장난이었어요라는 말이 통용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당하는 아이 처지에서는 그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무슨 노력을 해도 가해하는 학생들에게는 가 닿지 않는다. 더 큰 폭력으로 대항하든지, 아니면 자신이 그들로부터 벗어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바로 이것이다. 학교폭력. 두 아이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소설은 나름 행복한 결말을 이루고 있지만, 작가가 이렇게 행복한 결말로 아이들이 웃으며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에서는 이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학교 가는 일이 지옥인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대다수의 학생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교사들, 알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부모들.
괴롭히는 아이는 주변인들의 그러한 모습때문에 더 힘들어 하기도 한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판에 박힌 말들, 또는 네가 그러니까 그렇지 하는 말들. 또는 무관심. 그러니 결국은 자신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실행을 한다.
소설 속 가스파르처럼. 남들이 대응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상태가 된다. 그렇게 되기 전에 알아채야 한다. 여러 단서들이 나타나는데, 그 단서들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소설이 끝나고 작가는 피해자 어머니의 글을 함께 실었다.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그것은 단지 가해-피해 학생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인식하도록.
다시, 왕따라는 말이 있었다. 이렇게 과거형으로 말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소설에 나오는 안토니에 대해서 청소년들이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과연 나는 안토니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소설의 배경이 중학교니 중학생들이 이 소설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