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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깨주의의 탄생 - 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 ㅣ 보리 인문학 3
김희교 지음 / 보리 / 2022년 4월
평점 :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짱깨주의의 탄생]이라니. 짱깨라는 말이 긍정적이 아니라 부정적으로 쓰이는 말, 비하하는 말로 쓰이는데, 책 제목에 짱개라는 말과 이념을 뜻하는 주의가 합쳐졌다. 그런데 이 말이 과연 긍정적으로 쓰일까?
짱깨주의라는 말은 중국을 대할 때 흔히 지니는 선입견을 말한다. 편견이라고 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인데, 이는 역사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왜곡되어 전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미 한 나라를, 또는 그 나라 사람을 비하하는 말을 쓴다는 것 자체가 유사인종주의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일본을 쪽바리라고 하고, 중국을 짱깨 또는 짱꼴라라고 하는 말을 흔히 하는데, 같은 동아시아에 속한 나라들인데 이상하게도 좋은 감정으로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일본이야 우리나라를 식민지배 했던 나라이고, 또 제대로 된 사과도 변상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다치더라도, (그렇더라도 제국주의 일본과 일본국민은 구분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제국주의 일본과 지금 일본도 구분해야 하고. 다만,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 유산을 제대로 청산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는 것은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
중국은 왜 그럴까? 예전에 사대를 했기 때문에, 또는 한국전쟁 당시 적대국으로 참전했기 때문에...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등등 다양한 요소가 많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국은 우리보다 못하다는 깔보는 마음이 그런 말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중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에 대한 마음까지 더해져 그런 관점을 강화하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러한 짱깨주의에 대해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런 관점이 무엇이 문제인지를 분석하고, 앞으로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짱깨주의 프레임을 네 가지로 이야기하는데, 유사인종주의, 신식민주의체제 옹호, 자본의 문제를 중국의 문제로, 신냉전체제 구축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담론을 유통시키는 매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 언론에 나타난 중국의 모습을 분석하고 있다.
긍정보다는 부정이 많은 보도들, 이런 관점에는 우리나라에서 진보냐 보수냐가 중요하지 않다고, 다들 비슷한 관점을 지니고 있다고, 그런 의미에서 '짱깨주의'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 교류를 단절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고, 중국과 미국이 경쟁을 하는 시대에, 중간 지대에 있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최근에 중국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고, 중국과 교류하기보다는 미국 쪽에 확실히 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은 왜 그런 태도가 문제인지를 지적하고 있다.
이미 세상은 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할 수 없게 되었다. 다극체제, 또는 다자주의로 나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전세계와 무역을 하는 나라로 어느 나라와만 단절할 수 없다. 게다가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지 않은가.
그러니 현명한 대처를 해야 한다. 현명한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 처지에서 중국과 미국을 바라봐야 한다고 한다. 미국의 관점에서, 또는 서구의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보지 말고, 우리의 현재 처지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결국 외교와 무역이란 우리가 손해보려고 하는 활동이 아니라,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관계를 맺는 활동 아닌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한다. 짱깨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짱깨주의가 이미 왜곡된 틀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두터운 이 책은 중국에 관해서 너무 긍정적으로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중국에 대해서 그간 지녀왔던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서 그것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에 대한 편향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 중국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도 문제는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우로 한참 굽은 것을 중간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좌로 더 굽혀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는 서술이기도 하다.
양비론을 이 책에서 비판하고 있으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짱깨주의'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중국이 지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 이야기해주고, 그런 점을 포함한 중국과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야 할지에 대한 주장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사이에 놓여 있다. 그들만의 경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는 그들의 경쟁에 어떻게든 관련이 되어 있으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때 '짱깨주의'로 표방되는 중국 무시 또는 중국 배제 정책이 우리에게 실효성이 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데는 이 책이 도움이 된다.
우리의 처지에서 중국을, 미국을, 또는 세계 정세를 바라보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주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혹 중국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든다면 혹시 나에게도 짱깨주의가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