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 수의사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가축 살처분·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생명인문학
박종무 지음 / 리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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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사람이 가서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그런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왜 화성인가? 인간의 끝없는 탐구심과 모험심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 지구상에서 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주에서 보면 푸른 빛을 내는 지구라고,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그들의 행성인 지구가 이제 인간으로 인하여 생명체들이 살기 힘든 곳이 되었다.


인간으로 인해서 멸종된 동식물이 얼마나 많으며, 앞으로도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이 얼마나 많은가. 하다못해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금도 계속 사라지고 있으며, 멀리 아마존까지만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제주도 비자나무 길도 개발로 인해 나무들이 잘려 나가고 있었던 현실 아니던가. 거기에 오름이 알려지면서 너도나도 오름에 올라 오름이 무너져내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하니, 인간의 탐욕이 어디에서 끝날지 알 수가 없다.


동물들에게는 인간의 탐욕이 더 가혹하게 다가간다. 동물을 식용으로 삼아서, 가축이라는 명목으로 공장식 축산을 해서 그들을 단순한 먹을거리로만 여기게 된 지는 오래되었고, 그런 육식이 널리 퍼지다보니 자연스레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침범하게 되고, 야생동물들과 공생했던 바이러스나 세균들이 인간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박쥐를 비난한다. 제 살 곳을 잃어 할 수 없이 인간 근처로 온 박쥐, 박쥐를 비난하지 않으면 바이러스를 지구에서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곤 한다. 바이러스만 없다면?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는지...


만약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존재들이 없다면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우리 몸 속에 수많은 미생물들을 지니고, 그들 덕에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을 없애야만 하는 존재로 여기고 있으니...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까지 이 책은 인간이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존재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비단 동물만이 아니라 식물에게도 생명이 있음을, 그 생명을 존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자식이 질문하고 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책이 서술되고 있는데, 그래서 주변 동물들부터 시작한다. 주변 동물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야기하면서 공장식 축산업으로 나아가고, 여기서 그렇게 된 원인을 찾아나간다.


인간중심주의를 버려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동물중심주의도 버려야 함을... 그렇다고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 생명을 위해서 먹되, 다른 생명체들에 대한 존중을 잊어서는 안 됨을 말하고 있다.


화성 이주를 추진하는 일도 좋지만, 우선 이 지구에서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인간 중심주의로 지구 생태계를 얼마나 흩트려 놓았는지 깨달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인류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가 되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구는 인간만이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인간만이 지구에서 살 수가 없다. 서로 수많은 생명체들과 무생물들이 얽히고 설켜 살아가는 곳. 함께 공생하는 곳이 바로 지구다.


이 점을 깨닫는다면, 각종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살처분한다는 정책을 쉽게 실행하지는 못하리라. 살처분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리라. 병에 걸린 동물이 있다고 해서 그 근처 동물들이 다 죽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면역은 감염병을 없애는 데서 오지 않고, 감염병과 함께 하는 데서 온다. 이런 생각을 하면 당연히 살처분이라는 말은 할 수가 없다. 이 책에서 누차 경고하고 있듯이, 살처분은 경제적 실리를 따진 행위일 뿐, 감염병을 방지하거나 다른 생명체를 위하는 일이 될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화성에 눈을 돌리는 것만큼이나 지구에 있는 다른 생명체들에도 눈을 돌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지를 알 수 있게 된다.


화성은 멀고 지구는 가깝다.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부터 잘 추스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 책 제목으로 질문을 하자.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한발 더 나아가자. "우리는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더 나아가자. "지구에 있는 존재들을, 생명체든 아니든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 대답을 찾으면 우주로 눈길을 돌릴 수 있다. 우주를 단지 정복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려면 이에 대한 질문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존재들도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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