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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해 책을 읽습니다
김보경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21년 1월
평점 :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다. 동물만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지구에서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느 순간 인간이 지구에서 최종 포식자가 되어 다른 동물들이나 식물들을, 또 무생물들을 인간을 위한 존재로 취급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다른 존재들은 인간보다는 못한 존재로 대우하는 일이 생겼다.
같은 생명이라도 인간과 동물은 다르다. 생명체에 대한 인식이 이런데, 생명체가 아닌 다른 존재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다. 홀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순간 '인류세'가 된다.
다른 '세'에 자리를 물려주게 될 '인류세' 그래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체들, 또 무생물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그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바꾸지 않으면 인류는 자신들의 오만함으로 지구라는 행성을 자꾸만 파괴하게 된다. 생명체들이 살아가기 힘든 행성으로.
이 책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면서 겪게 된 일들,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동물학대에 관한 글들, 반려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들, 그리고 반려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 또 동물원에 대한 이야기, 개 식용에 대한 이야기 등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동물과 관련된 일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주로 좋지 않은 일들이 펼쳐진다. 그만큼 우리나라 동물들은 힘들게 살아왔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 나아졌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고 하는 편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길고양이만 해도 여전히 많은 곳에서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있으며,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사건도 사라지지 않고, 반려 동물들을 버리는 일들도 부지기수다. 여기에 동물원은 여전히 건재하고, 개 식용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이 책에서 다루는 일들이 섬뜩하게 다가오고,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 하면서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만 든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해도 여전히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캣맘'('고양이엄마'라고 하면 너무 긴가?)들이 있으며, 길고양이 집을 만들어주는 사람들도 있고, 버려진 반려 동물을 입양해서 함께 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씩 자기 자리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생명의 동등함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에 대한 태도가 변해가고 있음은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동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행동이 동물들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을 위한 행동이라고 하는 이 책의 주장에 동감한다.
생명에는 가볍고 무거움이 없다. 저자도 말하고 있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는 좋지만, 생명에 관해서만큼은 동등함을, 같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그 자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그래서 다른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어릴 적부터 지닌다면, 인간을 귀하게 여기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다른 동물들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사람도 함부로 대할 수 있게 된다는 말, 명심해야 한다. 동물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하는 교육은 결국 사람이 잘살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교육과 같다는 점.
그래서 '동물을 위해 책을 읽습니다'는 제목은, 결국 '우리를 위해서 동물을 사랑합시다'로 바꿀 수가 있다. 글 내용 중에 동물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고, 그 책을 통해서 동물들을 이해하고 함께 지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니. 이 책에는 책 속에 또 책이 있고, 그 책들 속에는 동물과 인간의 생명이 함께 해야 한다는, 생명의 동등성이 담겨져 있다.
이미 우리는 다른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함께 지속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명의 소중함은 다 같다는 인식을 지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 주변의 반려 동물, 또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다시 살펴보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