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민족이라는 말이 옛날 말이 되어가고 있다. 다문화란 말이 자주 들리고, 이제는 어디에서나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냥 외국인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이 된 사람들.


  그러니 단일민족이라는 말은 더 이상 쓸 필요가 없다. 하긴 단일민족이라는 말도 엄밀하게 따져보면 우리나라 과거에도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음이 역사적 사실이니...


  하지만 아직도 단일민족 운운하는 사람들에게 이 시집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물론 단일민족이라는 말이 핏줄을 의미하지만, 어디 민족의 개념이 핏줄로만 규정되는 개념이던가.


  오래간만에 재미 있는 시집을 만났다. 이동순이 쓴 [신종족]. 그렇다.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들이 현대에 들어서 수도 없이 생겼다. 한때 이들을 신인류라고 일컫기도 했지만, 신인류라는 말로 뭉떵그릴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은 다양한 삶을 살아간다.


신인류를 좀더 세분하면 바로 이 시집에 나오는 '신종족'들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신종족'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었다.


얼마나 많은 신종족이 있는지, 이 시집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읽으면서 나는 이 시집에 나온 어느 종족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하면, 당신은 또다른 종족이다.


이렇게 많은 종족들이 살아가는 사회, 다문화 사회를 넘어 다민족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아니, 다민족이라는 말이 거슬린다면 다종족 사회라고 하면 되겠다. 


이 시집을 읽으며 다양한 종족들을 만나보자. 그리고 이들과 함께 살고 있음을 명심하자. 어떤 종족들이 나오는지, 이 종족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한번 시험해 봐도 좋을 듯하다.


'~족'이라는 제목을 달지 않은 시가 '혼족 스타일 (이 시 제목에는 혼족이 들어가니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도 된다), 압구정 풍경(한때 오렌지족들의 삶터였던), 이불 밖은 위험해, 소확행' 이렇게 4개의 시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족'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혼족, 혼밥족, 혼술족, 포비아족, 솔로족, 박쥐족, 빨대족, 니트족, 코쿤족, 캥거루족, 싱크족, 딩펫족, 골드앤트족, 뷰니멀족, 딩크족, 웰빈족, 거품족, 키덜트족, 홈루덴스족, 히키코모리족, 오팔족, 미스터리족, 프리터족(두 번 나온다), 갓수족, 반디족, 김포족, 베짱이족, 메뚜기족, 유턴족, 노노족, 점오배족, 둥지족, 면창족, 새벽닭족, 눈팅족, 몰카족, 파라치족, 악플족, 철퍼덕족, 된장녀족, 고스족, 폭주족, 좀비족, 오렌지족, 댓글족, 먹튀족, 스킨헤드족, 스몸비족, 쉼포족, 통크족, 에스컬레이터족, 엄지족, 쿼터족, 펌킨족, 귀차니스트족, 줌마렐라족, 한류족


에고, 족들도 만다. 이렇게 많은 종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다양성이 판치는 사회, 이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는 사회다. 이 많은 종족들이 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다. 이렇게 다양한 종족들은 함께 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다양성의 사회라 할 수 있다. 각자 따로가 아니라 따로 또 같이...


그 점을 잘 드러내고 있는 시가 이 시집 첫번째에 실린 시다. 바로 '혼족'


  혼족


세상은 점점

고립이고 단절이다

어머니 뱃속에서도 홀로였고

살다가 죽을 때도 혼자다

가족 학교 직장

사회 조직들과 공동체 많고도 많지만

모두가 혼자 아닌 척

잠시 모여 있을 뿐

뿔뿔이 흩어져 혼자가 된다

혼자 살면서도

외로움 타지 않고

씩씩하게 당당하게 살아가는

혼족을 본다

혼자 노는 혼놀족

혼자 밥 먹는 혼밥족

혼자 술 마시는 혼술족

혼자 설 명절 보내는 혼설족

혼자 캥핑하는 혼캠족

혼자 여행 다니는 혼여족

혼자 공연 보러 가는 혼공족

혼자 카페에서 책 읽는 혼독족

혼자 커피 마시는 혼커족

혼자 호텔에 머무는 혼텔족

혼자 맥주 마시는 혼맥족

혼자 영화 보는 혼영족

만국의 혼족들이여

단결하라


이동순, 신종족. 시와에세이, 2021년. 13-14쪽.  


자, 이 많은 혼족들이 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라고 한다. 맑스의 공산당 선언을 빌려온 마지막 말이 홀로 살아갈 수 없음을... 이 다양한 종족들도 함께 살아가야 함을, 혼족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따로 살아가지만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러니 따로 또 같이, 그런 삶을 이 종족들이 실천하는 사회, 그런 우리 사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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