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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리스 ㅣ 민음사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평점 :
우주로 나아가는 꿈. 인류는 아마도 먼 옛날부터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아가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우주로 나갈 기술이 안 되었을 때는, 지구 곳곳을 탐험하는 모험담을 다룬 이야기들을 만들어냈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우주에 나아가는 상상을 하면서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우주로 나아가기도 하고. 물론 아직도 먼 미래 이야기지만. 그만큼 우주이야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래된 소설이다. 이름은 오래 전부터 들었는데, 막상 읽기는 지금이 처음이니...영화 제목으로 많이 들어봐서인가, 아니면 비슷한 이름들이 소위 SF소설에 많이 나왔기 때문인가? 아이작 아시모프 소설에서는 솔라리아라는 이름으로도 나오니, 물론 같은 행성은 아니지만, 이 이름에 친숙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폴란드어판을 저본으로 하는 번역본이라고 한다. 400쪽이 넘는 긴 분량의 소설인데, 읽으면 금세 읽힌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가게 된다. 그만큼 독자들에게 호소하는 무언가가 있다.
다만, 읽고 나서는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잘 알 수가 없게 된다. 결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지만 솔라리스라는 행성에 도착한 사람들이 겪는 일들을 통해서 우리가 우주에 도달했을 때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를 생각해 볼 수는 있다.
솔라리스에서 과거에 만났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솔라리스의 바다는 우리 무의식에 들어와 무의식 속에 있는 인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인물을 우리에게 보낸다. 왜? 이유는 모른다. 선물일수도 있고, 재앙일 수도 있다.
자신이 과거에 제대로 풀지 못한 일이 다른 행성에서 반복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까? 무한반복, 영원회귀? 아니, 이 행성에서는 성공했던 일들, 또 성공했던 관계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과거에서 불러낸 인물은 그 과거에서 실패한 관계를 맺었던 인물이다. 그것도 내게는 중요한 인물이었음에도 파국으로 치달은 인물.
그런 인물이 솔라리스에서 나에게 온다. 그렇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인물이 분명 과거 인물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심하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그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죽음에 이르게 될테고, 그 마음을 이겨낸다면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되겠지.
이렇게 솔라리스는 우리 잠재의식 속에 있는 인물을 우리에게 보내준다. 솔라리스 바다는 단지 그 일만을 한다. 어떤 목적의식도 없다. 또 우리를 조종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내면에 있던 일들을 보여줄 뿐이다.
하여 소설 끝부분에서는 솔라리스의 이런 일들을 아기의 장난이라는 표현으로 이야기한다. 어떤 의도도 없이 그냥 순수하게 행동하는 아기들. 아기들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다른 행동으로 넘어간다. 거기에 어떤 고민도 없다. 그냥 그렇게 행동할 뿐이다. 이런 아기의 행동을 두고 어른들이 자기들 관점으로 해석할 뿐이다.
솔라리스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지구 관점으로,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행동할 뿐이다. 그 점을 주인공은 켈빈은 깨닫는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켈빈은 어떤 행동을 할까? 소설은 여기서 멈춘다.
멈추고 있지만 비극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켈빈에게는 희망이 있다. '잔혹한 기적의 시대가 아직은 끝나지 않았음을 나는 굳건하게 믿고 있다' (447쪽)고 되어 있으니...
아주 오래 전에 나온 우주에 관한 소설인데, 지금 읽어도 그렇게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온갖 과학지식들이 도처에 나오기 때문이고, 우리 내면에 있는 존재들을 불러낸다는 발상이 특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우주에서 또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연상시키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