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시각과 미디어 동문선 문예신서 12
존 버거 지음 / 동문선 / 1990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보고 책을 사면 가끔 실패할 때가 있는데, 존 버거는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라는 생각. 몇 편 읽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중고서점에 이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곧장 구입.


읽기를 좀 미뤄두다 최근에 읽기 시작했는데, 어라, 많이 본 내용인데, 하다가 영어 제목을 보니, 이런 열화당에서 최민 번역으로 [다른 방식으로 보기]란 책으로 나왔고,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억의 짧음이여. 이제는 책을 읽어도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시기에 도달했는가. 어린 적 읽었던 책들은 그래도 장기기억에 남아 있는데, 요즘 읽은 책들은 장기기억까지 가기가 힘들었는지, 아니면 이 책 저 책이 혼재되어 읽었는지 아닌지 헷갈리고 있는지...


책 안쪽에 영어 제목을 봤다면 그래도 읽었다는 기억은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그럼에도 책 두께가 다르다. 무언가 다른 내용이 있다는 뜻. 살펴보니 열화당 책은 7장인데, 이 책은 8장이다. 한 장이 더 있다. 그럼 됐다. 그 한 장의 내용으로 만족하자. 어차피 헌책으로 사지 않았던가라는 여우의 신포도같은 자기 합리화도 하고.


앞 내용에서는 이름에서 예전 번역이 느껴진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이름과는 다른 이름을 쓰고 있으니... 그야 뭐. 당시 번역 용어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나도 한때는 손흥민이 뛰고 있는 영국 축구팀 토트넘을 토튼햄이라고 생각하고 쓴 적도 있으니...


앞 내용은 열화당 책과 중복이 되니, 생략하고, 이 책에 실려 있는 8장을 보면 '본다는 것의 위상기하학'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그러면서 '시각 메카니즘, 사진의 발생과 그 배경, 부즈즈와의 시각, 수집가 역할을 담당하는 미술관, 자연으로부터의 이탈, 복제환경의 확산, 전람회에서 광고로, 새로운 관점의 위상'이라는 8개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 8장이 '보기'에 대해서 역사적인 고찰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존 버거가 썼다고 하기보다는 존 버거의 '보기'에 대해서 정리해주고 있다고 보면 좋은 글이다. 이 글을 먼저 읽고 앞의 내용을 읽으면 훨씬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보기는 개인적인 보기일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규정된 보기임을 생각하게 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요즘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사실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그렇다면 드라마야 그렇다쳐도 예능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영상에서도 보여지길 원하는 장면으로 편집됨을, 또 다큐멘터리라고 해서 사실이라고만 믿을 수 있는 영상에서도 보여지길 원하는 장면으로 편집됨을 생각해야 한다.


이 점을 정치판으로 옮겨보면, 정치판이야말로 교묘한 보여지기 아닐까 한다. 보여지기 원하지 않는 부분은 삭제하고 보여줄 부분만 보여주는... 그런 편집기술, 보여주기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지금이니...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믿는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는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보여지는 것 이면에 숨어 있는 보여지길 원하지 않는 것을 찾을 수 있는 눈도 지녀야 하고.


존 버거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한다. 그가 그림(미술-예술)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이것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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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19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ways of seeing의 옛날 버전인가요?
저는 계속 구입 중입니다^^

kinye91 2022-01-19 21:02   좋아요 1 | URL
네. 예전 번역인데.. 최근 열화당에서 나온 책보다 한 챕터가 더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