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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과의 위험한 동거 -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21세기 감염병 ㅣ 청소년을 위한 과학 읽기
김영호 지음 / 지성사 / 2021년 5월
평점 :
'감염병과의 동거'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간은 여러 박테리아, 또 바이러스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인간의 몸에 어떤 해나 이익도 주지 않는 미생물들도 있고, 인간에에 이로운 쪽으로 작용하는 미생물들도 있고, 해로운 영향을 주는 미생물들도 있다.
(미생물에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을 포함시켜서 사용한다. 의학자나 생물학자라면 명확한 명칭으로 쓰겠지만...'미생물이란 말 그대로 작은 생물체로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을 가리킨다.-'222쪽에 이렇게 나와 있으니)
사실 우리 몸 속에 얼마나 많은 미생물들이 많은가? 이들을 무조건 해롭다고 여겨 우리 몸에서 쫓아내려고 했다가는 우리가 살지 못하게 된다. 이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은 이러한 미생물들과 동거하고 있다. 이러한 동거는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러한 아슬아슬한 균형이 깨지게 된다. 균형이 깨지면 우리 몸은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내 한몸이 고통받으면 개인의 고통으로 끝나겠지만, 개인에게서 개인으로 전파가 된다. 순식간에 인류라는 종 전체를 위협에 빠뜨리게 된다. 이런 질병을 감염병이라고 한다. 그리고 감염병이 유행이 되면 팬데믹이 선언된다. 코로나19처럼. 그러니 '위험한 동거'라는 표현을 제목에 썼겠지.
코로나19로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백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는 서로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 나온 롭 월러스의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에서 제시하고 있지만, 그것은 대부분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에 대한 관심에 묻혀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감염병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것이 왜 생겼고,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 과연 우리는 그러한 감염병을 완전히 퇴치할 수 있는지...
이 책을 보면 감염병을 인간이 완전히 퇴치해 종식 선언을 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바로 천연두다.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마'라고 부르던 천연두.
1980년 5월 세계보건총회는 천연두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는 영국 의사 제너가 종두법이라는 천연두 백신을 개발한 지 200년도 걸리지 않아 이루어낸 성과였다. (131쪽)
이런 성과가 있었기에 코로나19도 백신으로 종식이 가능하리라고, 아니 적어도 함께 살아갈 수는 있으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생활습관을, 경제구조를, 정치적 역학 관계를 바꾸지 않고도.
그런데 아니다. 백신은 여전히 변이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이며, 백신 개발보다 변이가 등장하는 시간이 더 빠르고, 전파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형태로 코로나19가 우리들 삶에 위협이 될지 잘 모르는 상태다. 독감처럼 함께 지내게 될지, 아니면 우리를 공포에 빠뜨리게 될지.
이런 것과 더불어 백신으로 천연두를 성공적으로 종식시켰지만, 여전히 천연두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있으며(연구 목적으로), 천연두 바이러스를 무기로 쓰려고 하는 집단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천연두 백신 접종을 하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천연두 백신과 천연두 치료제를 계속 보유하고 있는 나라도 많고.
이는 바이러스가 바이러스만으로 존재하지 않고 인류의 정치적 관계 속에서 존재함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니 감염병의 문제는 질병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는 경제 문제이기도 하고 정치 문제이기도 하다,
사람-동물-환경에 대해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원 헬스' 개념이 이 책에도 나오지만 (219쪽), 여기에 더해서 정치, 경제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 질병은 질병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질병은 정치 속에 있다. 그래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질병 역시 정치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감염병이 우리 인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러한 감염병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또 어떤 식으로 발생하고 치료되어 왔는지를 살핀다. 여기에 정치적인 문제로 무기화된 바이러스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이 인간이 지구 환경을 파괴하면서 더 기승을 부리게 되었음도 말해주고 있다. 우리들 생활을 바꿔야만 한다는 사실.
미국의학원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증가한 주요 원인으로 일곱 가지를 주목했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의 변화, 해외여행 증가와 같은 인간 행태의 변화, 도시화와 같은 사회적 요인의 변화, 음식의 대량 생산·소비에 의한 식품에 관련된 변화, 항생제 남용과 같은 보건·의료에 관련된 변화, 병원체의 적응과 변화에 관련된 요인, 공중보건 활동의 감축 등이다. (217쪽)
미국의학원이 밝힌 이런 요소들에 저자는 몇 가지를 더하고 있다. 이렇게 더해진 요소들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산업화와 개발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숲속 깊은 곳에 사는 동물들과 직접 접촉하는 사례증가, 가축들의 대량 밀집 사육, 도시화 등을 들고 있는데, 이는 지금 인간들이 추구하고 있는 경제 문제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또한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정치, 군사력이니...
2년 넘게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많은 감염병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완전히 사라진 감염병은 없다. 이제 또 어떤 감염병이 올지 모른다. 더 큰 위험이 오기 전에 우리는 그것을 막을 방도를 찾아야 한다.
원인 진단은 많이도 했으니, 이제는 원인을 제거할 방법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실천할 방법, 그것이 바로 우리를 인류라는 이름으로 묶어줄 수 있지 않을까?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인류가 존속하기 위해서 바로 원인을 제거할 방법을 찾아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아니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해야 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전세계를 공황에 빠뜨릴 감염병을 계속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