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연민 -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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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이라는 말이 책 표지에 적혀 있다. 혐오의 시대. 상대가 매우 잘못했고, 그 잘못을 비판했음에도 고치지 않았을 때 미움이라는 감정이 싹튼다. 미움이라는 감정은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이 결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는데...


혐오는 원인을 명확히 찾아내기가 힘들다. 어떤 식으로 감정에 자리잡아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그냥 나온다. 근거없는 미움. 아니 사랑 없는 미움이라고 해야겠다.


비판과 비난이라고 하면 혐오는 비난이다. 그냥 비난할 뿐. 특히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상대가 몰락했으면 하는 감정으로 하는 말이나 행동이 혐오다.


혐오의 말, 혐오 행동이 앞설 때 이성은 마비된다.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눈뜬다고 했던가. 이 비슷한 말이 고야 그림에 있다고 기억하는데, 혐오 앞에 이성은 자리잡을 수가 없다. 그만큼 혐오는 이성으로도 논리로도 이야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고치기 더 힘들다.


왜냐하면 자신이 혐오 발언이나 혐오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혐오는 타인의 관점으로 다른 대상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주로 지니게 된다.


자신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남들을 자신만의 눈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그런 재단이 얼마나 위험한지 안다. 그래서 그들은 혐오 발언이나 행동을 잘 하지 않는다.


혐오가 판치는 사회는 이렇게 성찰이 없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성찰 없는 사회가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두려움' 때문이다. 어떤 두려움? 자신이 잘살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것을 다른 존재들이 빼앗아 갈 거라는 두려움. 그런 두려움이 자신을 더욱 꽁꽁 닫아걸게 만들고, 남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막아버린다.


그래서 두려움은 혐오를 부추기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여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다. 이런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의 저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여러 근거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 책 원래 제목은 '두려움의 군주제:우리의 정치 위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라고 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두려움은 자유로운 사고를 가로막는다. 자신이 결정하기보다는 다른 존재가 결정한 것에 따르게 된다. 그래서 군주제다. 이런 사회는 닫힌 사회다. 서로가 서로에게 장벽을 쌓고 교류를 하지 않는. 그러면서 근거도 없는 비방, 혐오, 폭력을 행사하는 사회.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어디 미국 사회뿐만이겠는가? 이 책에 나온 수많은 혐오들은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으니... 남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런 혐오가 왜 일어나고 있으며,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는 대다수의 학자들이 분석하고 알려주고 있다는 데 있다. 이미 우리는 혐오가 만연한 사회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도 혐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왜? 바로 어떻게 혐오 없는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마사 누스바움이 제시하는 방향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분석은 이제 됐다. 실천해야 한다.


가정에서, 친구들과의 우정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사회가 불안하면 혐오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회의 불안은 개인 삶의 불안정으로, 좋은 삶을 살기 힘들다는 두려움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이성을 마비시킨다고 했으니, 두려움을 벗어나는 가장 쉬운 길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택하기 쉽다.


그러므로 사회가 두려움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누스바움은 '역량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최소한의 정의가 존재하는 사회라면 모든 시민이 최소한의 기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286쪽)고 한다. 그 열가지 역량은 다음과 같다. 자세한 내용은 이 책 286쪽-288쪽을 참조하면 된다.


1. 생명, 2. 신체 건강, 3. 신체 보전, 4. 감각, 상상, 사고, 5. 감정, 6. 실천 이성, 7. 관계, 8. 인간 이외의 종, 9. 놀이, 10. 환경 통제


이것들이 보장되는 사회라면 두려움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두려움에서 벗어난 사회라면 상호 존중, 이해, 협력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이런 일들이 성공하기 위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의무적으로 어느 기간 동안은 공공 복무를 하게 해야 한다고 한다. 군대조차도 의무가 아닌 미국에서 누스바움은 공공업무에 모든 사람이 종사해 봄으로써 공동체에 대한 생각, 공공선에 대한 관점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좀 실현불가능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만, 공공업무에 모두가 종사하지 않더라도 누스바움이 말한 교육이나 예술을 통해서, 또 지역 사회의 활동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공공선에 대한 인식과 자세를 지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녀야 할 희망적 자세 아닌가 한다. 지금 우리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선출을 위한 여러 활동들을 만나고 있다. 이때 우리가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그것은 개인의 판단이겠지만, 적어도 나는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는 후보가 아니라 '희망'을 주는 후보, 혐오 없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하는 후보를 선택하고자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타인을 혐오하는 사회가 아니라 타인에게 연민을 지닌,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므로.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 우리에게 어떻게 그들과 지내야 하는지, 어떤 생각이나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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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0-26 0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혐오의 근원에 두려움이 있다는 말 ! 공감합니다.

kinye91 2021-10-26 10:26   좋아요 1 | URL
두려움으로 인해 이성이 마비되고,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다른 사람의 판단에 따르기 쉬우니, 혐오를 통해 자신들의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누스바움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가 어떤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지 파악한다면, 혐오 사회로 가지는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