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잡학사전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패트릭 푸트 지음, 최수미 옮김 / CRETA(크레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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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자에 대한 기록인 "훈민정음"을 보면 맨 뒤에 정인지가 쓴 서문이 있다. 그 서문에 '하늘, 땅, 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곧 반드시 하늘, 땅, 자연의 글자가 있느니라.'고 했다.

 

하늘, 땅, 자연의 소리가 글자와 어떻게 연결이 될까? 도대체 문자는 누가 만들었으며, 그 말들(소리와 문자)는 왜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가 하는 궁금증이 인다.

 

그래서 어원을 공부하기도 하는데, 어원이 밝혀지지 않은 말들이 많다. 도대체 인류의 역사에서 소리보다는 문자가 한참 뒤에 나왔으며, 그 소리를 기록한 문자가 남아 있어도 완전하게 남아 있다고 보기 힘드니, 말의 기원을 찾는 일은 참으로 힘들다.

 

하지만 그만큼 말의 기원을 찾는 일은 흥미롭다. 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가는 일과 같다.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답을 찾아가지만 답을 찾고도 그 답이 정말로 진실인 답인지 알 수가 없다. 또다른 탐구자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명확하게 이거다라고 말해주는 항목도 있지만, 이런 설, 저런 설이 있다고 하는 항목도 많다. 그만큼 우리 역사에서 말들은 문자 표기에서도 의미에서도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총 11개의 장으로 구분해서 각 장에 10개 정도의 말들을 살피고 있는데... 흥미있는 말들도 꽤 있다.

 

그 중에 영화 '코코'가 생각났다. 미국 영화이긴 하지만 배경은 남미다. 남미는 스페인어를 주로 쓰고 있는데, 영화에서 '코코'는 주인공 미구엘의 할머니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생각한 것은 바로 '코로'라는 이름이다.

 

미구엘이 죽은 자들의 세계에 가서 모험을 하는 내용인데, 죽은 자들은 산 자들이 기억해줘야만 소멸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작품에서 펼쳐진다. 코코가 죽고나면 코코의 아빠도 소멸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에 '코코넛'을 설명하면서 코코넛이 '코코'라는 스페인의 유령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206쪽)고 한다. '많은 스페인 아이들은 말 안 들으면 코코가 온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206쪽)'라고도 하는데...

 

그렇다면 영화도 혹시 이런 '코코'라는 말에서 유령이야기를 빌려서 소년의 모험담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어원을 알면 다른 사실에 여러 살을 붙일 수가 있다. 다양한 해석을 할 수도 있고. 우리 말에도 어원을 알면 재미 있는 말들이 있지 않은가. 또한 한문에서는 한자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풀이하는 '설문해자'라는 책도 있지 않은가.

 

이런저런 유익한 점을 따지기 전에 우선 이 책은 재미있다. 이미 알고 있던 낱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말이 되었는지를 알아가는 재미가 좋다. 또한 과연 그럴까 라고 의심을 해도 좋다. 저자도 말하고 있듯이 자신이 꼭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언어는 다양하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거쳐왔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탐구하면서 우리 인류의 역사를 알아가기도 하니, 이런 책은 제목에 있는 말 그대로 '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 잡학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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