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유명한 드라마 대사다. 이 대사 이전에 이미 유마거사가 한 말이 있다. 세상이 병들었으므로, 나도 병들었다는.

 

  병은 공감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여 내 몸에, 내 마음에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병이다. 병이 없다고 건강한 사람일까?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병이 없으면 건강하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다 아픈데 나만 아프지 않다면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왜 나만 아프지 않을까?

 

  분명 세상은 고통덩어리인데, 나만 세상의 모르쇠로 살아오지 않았는가 반성해 봐야 한다.

 

고통에 둔감함,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알지 못하고, 세상의 어려움을 생각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만 잘 먹고 잘산다면 그것을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평소에 잘 먹고 잘살던 사람들이 죄를 지었다고(재판을 통해 판결이 나기 전이든, 판결이 나든) 교도소에 가기만 하면 그들은 환자가 된다. 아픈 사람이 된다. 어떤 병이든 병을 달고 있게 된다. 그 전까지는 세상의 고통을,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젆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자 비로소 아프게 된다.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병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자신의 병을 통해 고통을 체험하게 되니, 그런 체험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사회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진다.

 

(믿고 싶을 뿐이다. 이상하게 이들은 교도소에서 나오면 말짱해진다. 아팠던 기억도 없는지, 병하고는 거리가 먼 삶을 산다. 공감과 거리가 먼 삶을 산다. 다른 사람의 병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고 살게 된다. 이런 병은 가짜 병이다. 공감이 없는 병.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병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사람들, 그들은 과연 병을 앓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이 다 아픈데,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이들은 오로지 높은 곳을 향해서 나아가기만 하고, 도무지 아플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공광규 시집 "파주에게"를 읽다가 첫시 '병'을 읽으며 정말 우리 사회에서는 아파할 수 있는 사람,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병들었을 때 자신도 병들었음을 인식할 수 있고, 그 병을 치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지금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시 '병'을 보자.

 

      병

 

고산지대에서 짐을 나르는 야크는

삼천 미터 이하로 내려가면

오히려 시름시름 아프다고 한다

 

세속에 물들지 않은 동물

 

주변에도 시름시름 아픈 사람들이 많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파

죽음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는 하나도 아프지 않다

 

직장도 잘 다니고

아부도 잘 하고

돈벌이도 아직 무난하다

 

내가 병든 것이다

 

공광규, 파주에게. 실천문학사. 2017년. 11쪽.

 

야크가 삼천 미터 이하로 내려오면 아프다고. 그만큼 고상한 존재라고 해도 되겠지만, 세속이 그만큼 병들었다고, 자신만 건강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소위 성인들이 그렇지 않은가. 그들은 자신만이 고결하게 살 수 있음에도 세속으로 내려온다. 세속에 내려와 세속인들의 병, 고통을 함께 겪는다. 이것이 바로 공감이다. 이것이 바로 성인의 삶이다.

 

꼭 성인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모른 척하고 넘어가지 못한다. 그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한다. 공감한다. 보통 우리들은. 그런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세상 꼭대기에 서려고 한다.

 

그들은 그러면 세속으로 내려오면 안 된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그냥 살아가면 된다. 야크가 산 위에서 살아가듯이. 그렇지 않으면 함께 아파해야 한다. 그래서 시인은 건강한 자신이 병들었다고 한다. 함께 하지 못함, 이게 바로 병이다.

 

남들이 아픈데, 나는 건강하다고 자랑하지 말고, 함께 병을 앓아야 한다. (꼭 육체의 병을 앓아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공감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래야 세상 병이 치유될 수 있다. 함께 아파함으로써 병을 함께 치유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인 우리 인간들이 지녀야 할 자세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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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1-10-14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를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kinye91 2021-10-15 08:27   좋아요 1 | URL
글을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