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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평점 :
절절하다. 온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글을 잘 쓰고 못 쓴다는 말을 할 수 없다. 글자 하나 하나 문장 하나 하나에서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음을 울리는 글. 그렇다.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글은 잔잔한 호수에 물결이 퍼지듯이 사람들 마음에 서서히 스며든다. 스며들어서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슬픔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슬픔에 갇혀 지내던 세월을 넘어 이제는 사회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계기는 '세월호 사건'이다. 아직도 진장규명이 되지 않은 사건.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지겹다고. 그만 말하라고. 왜 지겹지? 무언가 해결되었나? 해결되었다고 그만 말해도 되나? 피해자들이 겪는 아픔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가 있나? 이들에게 오히려 계속 말하라고, 이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아니 이 사건의 전말이 완전히 밝혀진다고 해도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여전할테니...더 말하라고... 계속 말해야 이런 일이 더 발생하지 않는다고.
이 책은 그 점을 말해주고 있다. 삼풍백화점 사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역시 온갖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힘든 삶을 살아왔다.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살아오면서 자신이 왜 이렇게 힘들까를 생각하고, 이겨내려고 하고, 정신치료도 받고 봉사활동도 하며 살고 있는데도, 완전히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상처가 아물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다만 그 상처로 인해 더 고통받고 세상을 뜨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하긴 다른 사람의 암보다 자신의 감기가 더 아프다는 말도 있으니 남의 상처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한 다리 건너뛰어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말을 앞뒤 가리지 않고 할 때가 있다. 그 말이 다른 사람의 상처에 또다른 상처를 덧입힌다는 생각도 못한 채. 생각을 못한 채 한 말도 잘못한 일인데, 어떤 사람들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이 고의로 더 험한 말을 한다.
이 책을 쓴 산만언니는 바로 그런 사람들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의 말이 어떤 결과를 일으키는지를 알려주고자.
처음에 쓴 글이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 할게요'라는 글이라고 한다. 이 글로 인해 자신의 상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그런 이야기와 더불어 다른 사람의 상처를 함부로 말하는 이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 알게 하려고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찡해진다. 삼풍, 이제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그때 살아남은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고통을 겪고 있는데,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그것은 영원히 남아 있을 상처다.
그 상처로 인해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파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뭐, 그만하라고? 지겹다고? 그건 사람이 할 말이 아니다. 정말 마음에 안 들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이 책에서도 말한다. 차라리 위선이 낫다고.
착한 척하기 싫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되지도 않는 소리 내뱉지 말고. 그것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을 한다.
더 긴 말 필요없다. 읽어보면 안다. 왜 우리가 사람들 목숨을 앗아갔던 사고들을 기억해야 하는지, 왜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들에게 예의를 지킬 수는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덧글
이 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 할게요'라는 문장을 검색하면 그 글을 찾아 읽을 수 있다. 나도 검색해 보니, 찾을 수는 있는데, 그 글이 이 책에 '삼풍과 세월호'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193쪽에서 197쪽.
삼풍백화점 사고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말들, 반응이 왜 세월호에서는 나오게 되었을까를 산만언니 나름대로 정리한 글이 있다. 그 글을 읽어서 생각을 정리해도 좋을 듯하다.
'자꾸만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 (217쪽-2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