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정도라고 해야 하나. 한때 4.3에 관해서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현기영은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고 했는데...
이산하는 '한라산'이라는 시를 써서 고통을 받았다고 했는데, 어느 때부터 4.3은 더이상 금기의 말이 되지 않았다.
당당하게 말해도 된다. 그런데... 그러면 다 해결되었는가?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사람들, 살아 있어서 살아가는 동안 받았던 고통들, 단지 후손이라는 이유로, 제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고난들이 다 사라지는가?
용서가 되는가?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몇 번 사과를 하면 그것으로 다인가? 그것으로 4.3은 끝났다고 할 수 있는가.
무언가 이상하다. 그렇게 4.3은 해결된 듯이 보였는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4.3이 비로소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과연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가.
학교에서
다행인가
교과서와 다르게 가르치지 않아도 되니.
국정 국사교과서 반대는 교사의 양심이었지만
대통령 탄핵바람에 징계를 피했으니
그것도 다행인가
두 세대가 지난 아이들이
4.3의 넋을 만나면
왜 이제야 왔냐고, 몰라서 미안하다고
서로 껴안고 우는데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이제는 그 얘기
그만 쓰라 한다
극우 1종, 중도 미명의 7종 국사교과서
어디에서도 다 읽을 수 없는 진실을 찾아
제주에서는 여전히 교과서 너머를 가르치고
수학여행 온 학생들에게 4.3평화공원은
비올 때나 가는 곳이라 한다
국정 국사교과서
단 석 줄이었던 4.3
검인정 교과서 속에 조금 돌려놓았다고
그것으로 다행인가
(진순효, 학교에서)
신경림 외, 검은 돌 숨비소리. 걷는사람. 2018년. 158-159쪽.
자. 이렇게 되었다고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가. 시인은 과연 이렇게 했다고 4.3이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우리에게는 단지 어떻게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4.3을 제대로 해결하는 일이다.
4월도 지나고 5월도 지나가는데, 여전히 공장에서 저녁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여전히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일들이 없어야 4.3이 해결된다고 할 수 있다.
하여 4.3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