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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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데 거의 의식하지 않고 지낼 때가 행복할까? 아니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의식하게 될 때가 행복할까?


이런 사람과의 관계를 공기와 사람의 관계로 치환할 수 있을까? 우리가 행복할 때 행복을 느끼지 못하듯이, 공기는 우리 곁에 늘 있기 때문에 희박해지지 않는 한 의식하지 못한다. 그냥 내 삶의 일부일 뿐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좋을 때는 의식하지 못한다. 그냥 내 삶일 뿐이다. 내 삶일 뿐인 관계에서 그 사람이 문득 내게 의식이 되는 순간, 거리가 생긴다. 거리로 인해서 의식을 하게 되고, 의식이 점점 강해지면 의심으로 나아가게 된다.


단순하게 도식으로 나타내면 '의식-의심->갈등->파탄'으로 가는 길과 '의식->의심->갈등->해소'로 가는 길이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서 평생 상대를 의식 안 할 수는 없다. 사랑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사랑이란 행위가 생각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면 사랑은 이미 의식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나 이외의 존재를 의식하고, 그 존재와 잘 관계맺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런 의식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때 그때 사랑은 결실을 맺는다. 그러나 결실을 맺은 사랑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영원히 지속되기 위해서는 의식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관계를 맺을 수 있나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다. 의식이 의심으로, 의심이 결국 파탄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고, 파탄으로 나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 의심을 묻어버리는 일도 많다.


이번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작품들이 상대방을 의식하는데서 나아가 의심으로, 결국은 관계의 파탄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황정은이 쓴 '상류엔 맹금류' 최은미가 쓴 '창 너머 겨울' 손보미 '산책'이 그런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상대를 의식하면서 관계가 파탄으로 치닫는 그런 소설들. 이 소설들에서는 함께 하지만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무언가 관계가 자꾸만 어긋나는 듯한 모습들.


이들은 서로를 이해한다고 하지만, 상대를 존중하고 받아들인가고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일 뿐이다. 이들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자신의 내면에서 담을 쌓고 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그러면서 상대가 모든 것을 보여주길 원한다. 세 소설 중에서 특히 손보미의 '산책'이 그런 느낌을 준다. 


반면에 조해진이 쓴 '빛의 호위' 윤이형의 '쿤의 여행' 최은영이 쓴 '쇼코의 미소'는 상대를 의식하지만 그 상대로 인해서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렇다. 상대는 내 삶을 피폐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내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삶을, 자신의 삶을 찾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세 소설은 읽으면 새로운 삶에 대해 두려움보다는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기준영의 '이상한 정열'은 그럼에도 삶은 지속된다는 것을, 우리의 일상에서는 이러한 의식으로 인한 파탄도, 또 해결도 함께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이번 소설집에서는 관계의 두 방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한 쪽면만 나타날 수는 없기에, 우리들 삶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 이번 작품집이다.


다만, 우리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게 나만의 철옹성을 쌓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세계에 다른 사람도 함께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다. 


함께 하되 다른 삶을, 다르되 함께 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장소를 내 삶에 마련하는 것. 거기에 성공하면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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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01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통해서 소설을 읽는 좋은 시각을 배웠네요! 잘 배우고 갑니다. 즐거운 한주 되십시요!

kinye91 2021-02-01 10:5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막시무스 님, 좋은 한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