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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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으로 최근 소설의 경향을 경험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젊은 작가라 함은 나이를 뜻하기보다는 (물론 나이도 어느 정도는 관계 있다) 등단한 지 오래되지 않은 작가를 의미하는데, 이 책은 뒤에 실린 심사평을 보면 등단한 지 10년이 넘지 않은 작가들의 중단편 가운데 일곱 편을 뽑은 작품집이라 하니, 그래도 최신 경향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에서 벗어나 현실을 생각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 작가들이 작품에서 표현하고 있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실려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박상영,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김희선, 공의 기원

백수린, 시간의 궤적

이주란, 넌 쉽게 말했지만

정영수, 우리들

김봉곤, 데이 포 나이트

이미상, 하긴

 

이렇게 일곱 편의 소설들. 각자 나름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소설인데, 하나하나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들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폭력'을 느꼈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동성애에 관한 부정, 이건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에서, 그것도 집권여당에서 나름 주도적인 자리에 있던 국회의원이 동성애를 대놓고 반대하는, 논쟁이 되는 정당과는 손잡을 수 없다는...아예 우리나라 국회에는 성소수자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없어야 한다는 말로 들리는 그런 말을 공공연하게 했으니...이보다 더 심한 폭력이 있을까?

 

박상영과 김봉곤의 소설에서 이런 폭력을 느꼈다면, 백수린과 이주란의 소설에서는 말이 지닌 폭력, 아니 우리들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지도 생각지도 않고 무심히 뱉어버린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칼은 말일 수도 있다. 물질로서의 칼이 육체를 벤다면, 말은 마음을 베어버리고 쉽게 봉합하거나 아물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김희선과 정영수 소설에서는 딱히 폭력을 느꼈다고 하기는 힘든데, 김희선 소설에서 언론이 어떻게 조작될 수 있는지, 현실과 희망이 어떻게 전도될 수 있는지, 그렇다면 희망에 따라 현실을 왜곡하는 것 역시 폭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

 

정영수 소설에서 '우리들'이라고 하지만,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글쓰기를 통해서 자기 구원에 이르는 것 같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세계로만 들어가는, 남들을 배제하는 그런 상황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래서 소설 속에 '내년'이라는 미래가 나왔을 때 그 말과 더불어 남들이 자신들의 시야에 들어오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닫아버린 세계 역시 폭력이 아닐까.

 

'폭력'이란 이름으로 이 수상작품집을 꿰려는 무리한 오독을 하면, 그 정점에 있는 소설은 바로 이미상이 쓴 '하긴'이란 소설이다.

 

빛바랜 이야기 같지만, 아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를 주름잡는 사람들은 세칭 86세대들이니, 이들이 자신들의 관점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강요하고 있는지 (물론 겉으로 강요하지 않는다. 그것은 독재다. 전체주의다. 바로 헤게모니라는 말, 자발적 동의를 얻어내는 그런 과정을 거친다.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폭력, 이것이 더 무서운 폭력이다) 소설을 읽으며 느낄 수 있다.

 

섬뜩하다. 후일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니다. 이건 후일담이 아니다. 86세대가 지닌 모습을 풍자가 아니라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설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대학입시라는 것을 통해 기성세대의 위선을 비판하는 것 같지만, 중심은 86세대다. 그들이 얼마나 오만하게 자신들의 세상을 살아가는지를...그것도 자신들이 비판했던 모습과 비슷하게.

 

이 소설을 읽으면 당연히 86세대가 떠오르고, 여기에 김누리 교수가 했던 말이 함께 겹친다. 우리나라는 68혁명을 겪지 않았다고. 그래서 생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언어유희를 좀 하면 정치 민주주의와 생활 민주주의를 구현한 세대가 68세대라면, 뒤집힌 86세대는 정치 민주주의도 생활 민주주의도 이루지 못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김누리,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해냄. 책 참조)

 

그래서 무서워졌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들 답게 한편 한편이 다양한 표현방식과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인간 사회에서 없애지 못한 것이 폭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하고 있다. 다른 작품들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려고 어거지로 짜 맞추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폭력이 발현되고 있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다 떠나서 이 작품집을 읽으며 참 좋다고 생각한 것은 소설이 있고, 그 소설을 쓰게 된 작가의 말이 있고, 그 작품에 대한 젊은 작가에 상응하는 젊은 평론가들의 글이 있다는 것이다. 심사평이야 이런 수상작품집에는 늘상 있는 것이니 논외로 하고.

 

그래서 좋다. 소설도 읽고, 작가의 육성도 들을 수 있고, 이 소설에 대한 비평도 읽을 수 있으니. 각 소설의 내용이 궁금하면 읽어보면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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