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니고 있던 생각을 뒤집는 말들을 만나면, 아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 속에 살아왔는지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다. 나란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

 

  외로움, 이건 홀로 있음과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혼자 있음으로해서 외로움이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김태형의 시집 [코끼리 주파수]를 읽다가 반대로도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디아스포라'(11쪽)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외로운 것은 혼자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혼자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외롭다? 혼자가 되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일까? 군중 속의 고독일까? 혼자가 될 수 없는 현대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외로움조차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말일까?

 

그래, 외로움을 이해받지 못함일 수도 있다. 많은 존재들이 내 주변이 있지만, 그 존재들이 그냥 주변에만 있는 것, 그것은 아무리 많은 존재들 속에 둘러싸여 있더라도 내 마음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없기 때문에 외로울 수 있다.

 

외로움은 결국 이해받지 못함으로,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점에서 '외로운 식당'이란 시도 마찬가지다. 식당이 외로울 수가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그 사람들은 모두 음식을 받아들고 있는데... 그런데도 시인은 '외로운 식당'이라고 했다. 왜? 홀로 있지 못하기 때문에, 홀로 있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존재도 자신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로운 식당

 

초행이라 길 찾기 바쁜데도

길가 음식점 간판에 눈길이 머뭅니다

뭐 좀 새로운 게 없을까 싶어 찾아든 식당

빈자리 하나 잡기도 쉽지 않군요

그 틈새에 겨우 끼어

돌솥밥 한상 기다리며 앉아 있는데

큰소리로 떠들어대는 손님들 뒤쪽으로

기러기탕 백숙 육회

이 집 특별식 메뉴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습니다

식용으로 사육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기러기라니

멀건 하늘처럼 끓고 있는 탕 속에서

보글보글 날고 있는 기러기들

먼 길 떠나는 날갯짓 소리는

사람들 시종 떠들어대는

온갖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습니다

저 늙어가는 사람들이 차라리

어디 가서 조용히 불륜이라도 저질렀으면 하고

측은해집니다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기러기 한 마리씩 뜯어먹는 대신

뭔가 그리워하는 얼굴로

안타까워하는 모습들로 앉아 있으면 안되나

아까 올려다본 흐린 하늘의 기러기떼가 아니었으면

내가 외로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잊을 뻔했습니다

 

김태형, 코끼리 주파수, 창비. 2011년. 98-99쪽

 

시끌벅적한 식당을 외롭다고 표현하고 있다. 차라리 조용한 상태로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홀로 바라본 하늘의 기러기로 인해 사람들 속에 있지만 자신은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우리 모두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해 갈수록 우리는 더더 외로운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을 스마트폰 시대에 더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육체는 비록 혼자만의 공간에 있을지 몰라도 전자세계를 통해 끊임없이 밖으로 나가고 있는 상태. 전혀 홀로일 수가 없는 상태. 따라서 외롭다고 하지만 그것은 외로움이 아닌 상태.

 

초연결상태를 살고 있는 우리는 어째 우리는 외로움마저 잃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시를 읽으며 생각하는데... 이 시를 통해 뭔가를 그리워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아주 오래 전에 학교 다닐 때 들었던 책이름 '군중 속의 고독'. 이것을 이처럼 잘 표현한 시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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