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창비교양문고 32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정환 외 옮김 / 창비 / 1999년 10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래 전에 범우사에서 나온 소설 '율리시즈'를 사놓고,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책꽂이 어디엔가 꽂혀 있다가 자꾸 밀려밀려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 관심도 가지지 않은 소설이 되고 말았다.

 

이야기는 엄청 들었는데, 읽어야 한다는 소리를 계속 들었는데, 막상 읽으려니 너무 어렵다는 생각. 지레 포기하게 만든 소설. 대충 이야기만 듣고, 다른 책에 실려 있는 해설만, 그것도 아주 짤막하게 쓴 글만 읽고 만 소설인데...

 

제임스 조이스는 언젠가 읽어야지 하고 미뤄둔 작가. 그러다 어떤 책을 읽다 조이스 소설을 읽으려면 먼저 '더블린 사람들'부터 읽으라고. 그 소설은 다른 소설에 비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써 놓은 글을 발견했다. 그래 이거야. '더블린 사람들'부터 읽어야지. 그런데 이 책을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데...

 

기억을 되살려 보니 도서관에서 지나쳐 가면서 본 적이 있다. 오래 전에 번역된, 창비에서 나온 소설. 문고본 크기로 나온 소설을 본 적이 있어, 마침 시간도 나고,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이 있을 때 제임스 소설을 읽자 하고 도서관에서 가서 빌려온 책 두 권.

 

'더블린 사람들(창비)'과 '젊은 예술가의 초상(민음사)'

 

'더블린 사람들'부터 읽기 시작. 그래, 어렵지 않다. 뭐, 어차피 번역으로 읽는 건데,조이스가 쓰는 영어의 오묘한 맛을 알 수는 없지만, 번역본으로 전체적인 사건과 인물, 배경을 파악하는데는 지장이 없다.

 

총 15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고, 이 소설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겹치지 않는다. 아마도 더블린이라는 한 장소에 살고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소설을 통해서 등장시키고 있다. 이들이 겪는 일, 그리고 이들이 생각 등을 조이스가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형식의 소설을 우리나라에서 찾으면 어떤 소설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이문구가 쓴 "우리 동네"나 양귀자가 쓴 "원미동 사람들"이 떠올랐다. 한 장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겪는 일들을 통해 우리들 삶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

 

조이스가 쓴 '더블린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아일랜드라는 나라,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 그래서 더블린 사람들은 양가적인 감정을 지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한때는 번성했는지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영국의 변방 도시다.

 

런던이라는 곳에 비하면 더블린은 퇴락해 가는 옛도시에 불과하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자부심을 지니고 있더라도 이들은 런던에 피해의식을,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퇴락해 가는 도시답게 사람들의 삶도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는 과거지향적(특히 '죽은 사람들'이라는 소설에 잘 나타나 있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밝은 미래가 아니라 힘든 현실이 더 바싹 다가와 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소설이 어두침침하지 않다. 우울하지 않다. 무언가 밝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이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데도 그들이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그것도 웃으면서 살아간다. 왜 너는 힘든데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냐고 하는 것은 폭력이다. 자신의 환경에서 그것에 맞게 살아가면서 거기서 행복을 찾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이런 인간의 모습이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에 잘 나와 있다. 이문구나 양귀자의 소설을 보라. 이들 역시 몰락해 가는 농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위성도시라고 하는 소도시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 역시 환경이 좋지 않다고 늘 찡그리고 살지 않는다. 그들의 삶에도 행복이, 웃음이, 즐거움이 있다.

 

'더블린 사람들'이란 소설도 마찬가지다. 퇴락해 가는 도시 더불린에서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나오지만, 이들은 그 환경에서도 나름 잘 살아간다. 바로 이것이다. 이게 삶이다. 소설은 이렇게 우리들 삶을 보여준다.

 

조이스가 아일랜드를 떠나 세계인으로 살고자 했다고, 편협하게 아일랜드 민족주의를 고수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그것을 비판했다고, 더블린 사람들은 그런 그의 사상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하는 해설도 있다는데... 물론 그런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아일랜드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비록 그것이 퇴락해가고, 사라져가야 할 것이지만, 여전히 더블린 사람들에게 남아 있음을, 그럼에도 새로운 세대들이 성장해 가고 있음을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에 실린, 아마도 이 소설집에서 가장 긴 소설인 '죽은 사람들'에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게이브리얼의 연설 가운데 한 토막이 이를 말해준다.

 

'새로운 세대가 우리들 한가운데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상과 새로운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세대들입니다. 그들은 이 새로운 사상에 대해 진지하며 열광적이고, 그들의 열정은 잘못된 방향일 때조차도 대체로는 진지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회의적이고, 또 이렇게 표현해도 된다면, 사유로 고통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262쪽)

 

그러면서 그는 '저는 과거에 오래 머무르지는 않겠습니다.'(263쪽)고 말한다. 그렇게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더블린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조이스 소설의 첫걸음, '더블린 사람들' 그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조이스가 난해하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이상이라는 난해하기로 유명한 소설가가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우리는 이상 소설을 배우고 읽는다. 조이스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중요 작가로 그의 작품을 배우고 읽는다고 하는데...

 

선입견을 버리고 그냥 소설로 읽으면 된다. 그렇게 읽을 시도를 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어쩌면 제임스 조이스라는 작가에 대해서 두려움을 조금은 떨쳐내게 한 소설집이 이 '더블린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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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둘리 2020-01-10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울 것 같아, 요즘엔 읽고 고민할 여유가 없으니 나중에 읽어야지..이런 식으로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 도대체 몇 권인지....kinye91님의 글을 보고 새삼 생각하게 되네요..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kinye91 2020-01-10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참 많아요. 그래도 언젠간 읽겠지 하는 희망을 지니고 있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