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미술과 분단미술 - 작품으로 본 북한과 우리 안의 분단 트라우마
박계리 지음 / 아트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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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다. 방송에서 연일 북한과 미국의 갈등을 다루고 있고, 그들이 말폭탄을 주고받고, 또 유엔 안보리에 미국이 북한 문제를 상정했다고 하는 기사를 읽고 듣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른다.

 

그만큼 우리는 한 민족이라고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도 더 심하게 떨어져 지냈다. 떨어져 지낸 정도가 아니라 서로 교류를 하면 간첩으로 몰려 처벌을 받는 사회였으니, 알고도 모른 척, 아니 아는 기회가 생겨도 알려고 하면 안 되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었다.

 

남북 긴장관계가 조금 풀어져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금강산 관광이 있었고, 개성 공단이 가동되기도 했지만, 그것도 한때... 지금은 둘 다 막혀 있는 상태. 여기에 남북 정상이 회담을 하고 손을 잡고 공동경비구역에 있는 선을 넘었다 왔다 갔다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예전과 비슷한 상태로 돌아간 상태.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지금의 현상을 잘 분석할 수 있는 틀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북한도 미국도, 그리고 우리나라도 모두가 잘 되기를, 일이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데, 그 접점을 찾기 위해서 지금 서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추측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북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생각은 학창시절에 배운 것으로 끝나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분단 트라우마 속에서 살고 있지만, 이 책에서 가끔 지적하듯이 의도적인 망각 속에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외국에서 보면 곧 전쟁이 날 것 같은 험악한 상황인데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간다. 사재기가 없는 나라다. 외국인들이 신기하게 생각하는데, 우리는 절대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믿음이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당위로 그렇게 지내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저자는 의도적 집단 망각이라는 의미의 말을 하고 있는데...

 

어쩌면 망각이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우리들의 믿음이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사재기가 일어나면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전쟁이 눈 앞으로 다가오게 된 것처럼 느끼고 실제로 그 불안은 어떤 돌발상황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망각이 아니라 의연함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에 대한 깜깜함 속에 이 책은 북한 미술을 다루고 있다. 제목에 분단미술이라는 말이 들어갔지만, 후반부에 다루고 있는 내용은 우리나라로 탈북해온 미술가들의 작품이나 또는 외국에서 볼 수 있는 북한의 작품, 그리고 우리 분단을 다루고 있는 미술가들의 작품들이니... 제목에 분단미술이라는 말보다는 통일미술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 중에 로저 세퍼드라는 작가가 찍었다는 백두대간의 사진 중 '돌강'이라는 사진이 이 책의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단 생각이 든다.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356쪽)

 

아무리 둘러봐도 물은 보이지 않고 돌만 보이는데, 물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딱딱한 돌들이 쌓여 물길을 막고 있는 것이 분단이라면 이 분단 속에서도 물은 계속 흐르고 있다는 것, 통일에 대한 우리의 노력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이 장면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지금은 황량한 돌들만 보이는 강일지라도 그 밑에서는 물이 흐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분단 현실 속에서 통일에 대한 발걸음은 결코 멈춰지지 않았다는 것.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것일 것이다.

 

이렇게 북한 미술을 다루고 있는 것은 분단에 대한 인식은 곧 통일에 대한 걸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 책은 앞부분에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학교 교육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북한 미술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좋다.

 

물론 북한은 우상화 작업도, 공산주의 사상을 강조하는 작품들도 많이 창작했지만, 그것 또한 그들이 지나온 역사이니, 우리가 굳이 부정하거나 감출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예술은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그 무엇이 있다.

 

예술의 공통점에 민족이 지니는 어떤 공통된 감정들이 작품에 나타난다고 보면 되는데, 북한 미술을 보면서 우리 미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작품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정현웅의 이 그림을 이름을 가리고 보면 어디 북한 미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냥 우리나라 50-70년대 아이들 모습이라고 해도 믿지 않겠는가.

 

이 책이 주는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미술을 통해서 북한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또 단지 북한이 아니라 분단된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게 하고, 분단에서 통일로 나아갈 수 있게 디딤돌을 놓는 것이다.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이질감보다는 동질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교류가 더 활발히 이루어진다면 이질감들이 상당히 극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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