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과학이 만나다 2 - 이인식의 세계 신화 과학 여행
이인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2권이다.

 

1권과 마찬가지로 16가지의 신화가 소개되고 있다. 대부분 신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것들인데... 선을 긋고 한쪽 끝에 신화가 있다면, 다른 한쪽 끝에는 과학이 있을 가라고 그만큼 신화와 과학의 거리는 멀고 방향은 정반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신화와 과학이 비록 거리가 멀고 양끝에 있지만, 서로 마주 보고 상대를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벨탑 신화 같은 경우를 보면, 하늘을 향해 끝없이 오르려 하는 인간들의 모습, 그런 인간이 단결하는 모습에 위협을 느낀 신이 인간의 언어를 각자 다르게 했다는 것. 여기서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인간은 하늘을 향해 높이높이 오르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는 것. 하여 지구에 존재하는 가장 높은 산에도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던가. 단지 발자국이 아니라 사는 곳도 점점 높게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우리나라에서도 63빌딩이 가장 높은 건물인 때가 있었는데... 이제 63층은 그저 그런 높이에 불과한 때가 되었으니.

 

주거지로 높아지는 하늘을 향해 나아가는 바벨탑을 우리 시대에도 건설하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하늘을 향한 욕망과 좌절을 드러낸 신화가 바벨탑 신화라면 지금 우리는 그 신화를 현실에서 재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지금은 서로 언어가 다른 것일 뿐.

 

언어가 달라서 소통이 안 되어 바벨탑 건설이 중단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인류는 다양한 언어의 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언어의 다양성으로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인간이 다양한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만이 아니라 문화의 총체라는 것. 그래서 언어의 다양성이 파괴되는 것은 생물의 다양성이 파괴되는 것만큼 위험하다는 것이 지금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바벨탑 신화는? 언어가 달라지게 했다는 것은? 답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다. 아마 이 신화는 각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언어가 다른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을지도 모르는데... 하나의 언어를 인류가 지녔을 때 지니는 위력이 다른 면에서는 인류의 파멸을 맞이하는 지름길임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각 나라 신화에 등장하는 인류 멸망 이야기가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 인간들이 자신들의 힘을 믿고 오만불손해지는 것. 겸손을 잃은 인간들. 그런 인간들을 멸망에 이르게 하는 신. 바벨탑 신화 역시 인간의 오만을 이야기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이 단결했을 때는 얼마나 무서운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점에 오르면 내려갈 수밖에 없듯이, 인간들이 최정점에 서는 순간, 인간의 멸망은 시작될테니... 그 정점에 오르는 시간을 한참 뒤로 미루게 하는 조치... 언어를 다르게 하는 것.

 

이 책에서는 이런 설명이 나오고 있다.

 

한편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권 사람들이 단일 언어 사용자보다 정신적으로 더 유연하고 창조적이라는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  ...  창조주가 언어를 뒤죽박죽으로 뒤섞어 놓고 여기저기 흩어져 살게 만든 것은 인류 문명의 발달 측면에서 볼 때 저주보다는 오히려 축복을 받았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지. (181쪽-182쪽) 

 

그러니까 바벨탑 신화는 세계 각지에서 다르게 발달해가는 인류 문명을 설명하기 위한 신화일 수 있는 것이고, 언어가 달라진 것은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한 방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신화를 통해 현재 과학의 발전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창조설을 현대를 살아가는 과학자들이 받아들여 주장하는 창조 과학까지 있다고 하니... 신화를 마냥 허구적인 이야기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마지막은 종말론에 관한 것이다. 신화에는 인류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가 많고 근대에 들어서면서도 지구 종말론이 많이 나왔는데... 바로 전에 유토피아를 이야기하면서 종말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작과 끝이 서로 연결됨을 이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든, 아무 것도 아닌 무(無)였든 생겨난 무엇은 결국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그 소멸이 끝이 아니라는 것. 신화와 과학도 시작과 끝처럼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서로 맞물려 있는 것임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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