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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2 - 근대의 빛과 그림자 ㅣ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2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7월
평점 :
유럽인 이야기 2권이다. 이번엔 부제가 근대의 빛과 그림자다. 1600년대에서 1700년대 초반까지 활약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이 중에 여성이 등장한다. 1권에서 잔 다르크가 제일 먼저 등장했듯이 2권에서도 카트린 드 메디시스라는 여성이 제일 먼저 등장한다.
앙리 2세의 부인이 되는 메디치 가문의 여인. 그러나 왕비가 되었다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남편과 자식들 세 명이 왕이 되지만, 카트린이 살았던 시대는 기독교가 신교와 구교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던 때였다.
특히 구교가 신교도들을 학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시절, 그 시절에 평화를 갈구했던 여인이 바로 카트린이라고 한다. 그러나 종교 갈등이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는 없는 일. 나중에 앙리 4세가 낭트 칙령을 반포하여 신교들의 예배 자유를 허용할 때까지, 종교의 갈등은 계속된다. 물론 그 이후에도 해결이 되지는 않았지만.
카트린을 통해서는 국제적인 결혼을 통한 각국의 정치적 책략과 그리고 종교 개혁으로 인해 벌어진 정치적 혼란까지 만날 수 있다.
이런 종교 갈등이 심화된 것이 네덜란드 독립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스페인의 지배 하에 있던 네덜란드가 가톨릭만을 강요하는 스페인에 저항하여 일어난 전쟁들. 그 전쟁의 한복판에서 지도자로 급부상하는 빌렘 오라녀 공.
지금 네덜란드가 오렌지 색을 그들의 색깔로 정하고 있는데, 빌렘 오라녀 공의 오라녀가 영어로는 오렌지라는 것. 그들의 집안이 나중에 네덜란드 왕족이 되는데, 그 기틀이 바로 빌렘에게 있다는 것. 비록 그는 네덜란드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가톨릭 신자에게 암살을 당했지만 네덜란드 독립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라는 것.
이래서 유럽에서 또 하나의 나라가 등장한다. 그동안은 나라가 되지 못하고 있던 네덜란드가 이런 과정을 통해 유럽에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자, 이제는 종교 갈등이 심해지는 것과 더불어 과학이 발전하면서 종교와 충돌하게 된다. 속속 과학적 발견들이 이뤄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동안 종교로 설명되던 것들이 과학과 맞지 않게 되는 것. 이 충돌의 정점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있다.
물론 그는 개인 신념으로서 종교와 학문으로서 과학을 모순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종교적 인간이었지만, 학문에서는 과학적 합리성을 지니려 했던 인물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가뜩이나 약화되고 있는 교황 권력, 가톨릭이 과학으로 종교의 교리를 논박하는 것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유명한 갈릴레이의 종교재판이다. 힘으로 진리를 누르려 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나중에 가톨릭에서 갈릴레이의 종교재판은 잘못되었다고 인정했다고 하니... 근대에 접어들면서 지금의 사고체계로 나아가는데 초석을 다진 인물이 갈릴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학이 발전하면 사람들이 더욱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활을 할 것 같은데, 근대에 들어서서도 그렇지 못한 광기를 발현하는 사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마녀사냥이다.
주경철은 근대에 들어서' 다양한 갈등이 폭력적으로 분출할 수 있는 기제로서 마녀 개념이 장기간에 걸쳐 준비되었고, 그것이 특정 지역의 특정 국면에 다라 유연하게 작동했다(162쪽)'고 한다.
결국 갈등을 분출하는 한 방법으로 마녀 사냥이 일어났다는 것인데, 이 마녀 사냥이 현대에 들어서 유대인 학살이나 각종 홀로코스트로 나타나고 있으니, 우리가 역사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웠는지 의문이 든다.
종교로 인한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인류를 구원한다는 종교가 오히려 인류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형국이니. 무엇이 종교인지...
이제 유럽이 어느 정도 재편되기 시작하는 때로 넘어간다. 그 때를 살았던 인물들을 다루는데, 프랑스의 루이 14세, 합스부르크 가문의 레오폴트 1세와 카를로스 2세가 언급된다.
레올폴트 1세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그는 오스만 제국의 침략에 맞서 합스부르크 왕국을 지켜낸 황제라고 한다. 오스만 제국의 힘이 약해짐을 유럽이 깨닫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여기에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그림에 나오는 마르가리타 공주가 바로 그의 부인이라는 것.
합스부르크 왕가는 근친혼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었다는 사실. 왜 우리가 근친혼을 거부하는지를 보여주는, 그럼에도 자신들의 왕가를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을 해야했던 당시의 왕족들의 비참함을 그들을 통해 알 수 있다. 근친혼의 대가를 온몸으로 치러야 했던 왕이 바로 카를로스 2세라는 것.
아니 마르카리타 공주만 해도 근친혼의 비극을 겪는다. 정략결혼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를 낳는 기계 역할밖에 할 수 없는 상황, 게다가 21세에 죽음에 이르는 요절.
정치적 격랑 속에서 여성들의 삶이 상류층이든 하류층이든 녹록치 않았음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왕들을 통해 근대에 들어 유럽은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인류의 역사에서 평화의 기간이 오히려 예외라는 것이 실감나는 장면이었다.
전쟁, 전쟁... 따지고 보면 다들 같은 집안 사람들인데... 참, 지독하게도 싸운다. 자기들이 싸움이 힘없는 백성들의 죽음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이들이 모르지는 않았을텐데... 권력욕이든, 영토 정복욕이든 아무튼 권력자의 욕구가 강하면 다른 사람들이 희생된다는 사실을 이들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근대의 빛과 그림자에서 특이하게 예술가를 다루고 있다. 역사의 한복판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는 사람으로 예술가가 등장하기는 힘든데, 그럼에도 베르니니라는 예술가를 다루고 있는 것은, 그가 지금의 베드로 성당, 베드로 광장을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중세와 근대를 잇는, 근대에 들어서 교황의 권위를 드러내는 건축을 한 사람,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으니, 유럽 역사에서 그를 다뤄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 사람은 둘이다. 존 로와 존 블런트. 프랑스와 영국에서 주식투자를 실시했던, 버블 경제를 일으킨 사람들.
어쩌면 돈을 좇는 불나방들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이 사람은 제로섬 게임인 주식투자를 모두가 플러스가 되는 게임이라고 속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 경제체제에서 주식이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없듯이, 은행이 적은 자본을 가지고도 몇십 배에 해당하는 자금을 굴릴 수 있는 것을 제일 먼저 시행한 사람들.
그러나 이들로 인해 파산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돈이라는 불을 보고 뛰어든 수많은 사람들, 불나방이 불에 타죽어버리듯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
그런 경제를 시도한 사람.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갖는 위치, 힘을 보여주는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근대에 접어들어 막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나 사건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3권으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