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더 안 하려고 하는
김현수 지음 / 해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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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처럼 말했었다. 세종대왕 때도 요즘 젊은이들은 싸가지가 없어서 걱정이란 말이 있었다고. 기성세대들은 자기들이 살아온 경험으로 잣대를 만들고, 그 잣대로 자신들 뒤에 올 세대를 재단한다.

 

자신들이 살아갈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을 낡은 틀에 끼워 맞추려고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세대 간에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세대갈등이 일어나면 뒷세대가 앞세대를 이겨내야 한다.

 

기성세대를 넘어서야 자신들의 삶을 살 수 있고, 그것이 건강한 사회일텐데, 지금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다.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꾸라고, 목표를 가지라고, 노력을 하라고 하는 것은 고문이다. 희망고문. 되지도 않을 일을 마치 되는 것처럼 말해서 결국 좌절하게 만드는 것.

 

이 책 표지 그림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젊은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른들의 잔소리, 또는 충고가 아니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어른들이다.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다음에 무엇을 하더라도 해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한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공부를 하라고 한다. 공부, 그것도 삶을 살아가는 공부가 아니라 대학에,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공부다.

 

삶과 동떨어진 공부. 입시공부. 오로지 입시공부에만 매달려 다른 일은 하나도 해보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 버린 아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부모에게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아니 벗어날 수가 없다.

 

한번도 제 스스로 해본적이 없는데, 실패를 하면서 그것을 이겨나가는 연습을 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독립할 수가 있겠는가.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데, 어른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해준 것이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적어도 자신들이 살아왔던 시대보다는 좋은 시대를 만드는 것이 사람들이 지녀야 할 자세일텐데, 우리들은 더더 힘든 사회를 만들어 왔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다.

 

'헬조선'이란 말이 공연히 나온 것이 아니다. 표지에 있는 말들을 보라.

 

"일단 제 편이 되어 주세요. 비웃지 말고 격려해 주세요. 내일은 과연 오늘보다 더 나을까요? 우리들의 새로운 문화를 이해해 주세요. 마음 둘 곳이 없어요! 돈으로 때우지 마세요. 존중하며 잘 들어주세요.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요! 그냥 답답할 뿐입니다" 이런 말들이 적혀 있다.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힘든 현실, 그 속에서 점점 무기력해져 가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마냥 답답하게만 여기는 어른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 보고 행복하라고 말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 오로지 공부, 공부, 공부!만을 외칠 뿐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어른들 자신도 행복하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자식을 낳은 다음부터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거는 어른들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행복하라고 할 수 있는지.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만큼 어른들 역시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널리 전파가 될 수 있다. 행복바이러스라는 것을 퍼뜨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른들부터 행복해져야 한다.

 

우리 사회를 진단하는 글이 부록으로 실려 있는데, 이 글을 먼저 읽는 것도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한국은 심리적 위험사회의 증거이다'라는 제목으로 그 지표를 들고 있는데...

 

1. 자살 사회   2. 고립 사회   3. 중독 사회   4. 초저출생 사회   5. 희망 부재 사회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지. 이 다섯 가지 지표가 각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모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므로 이 지표 중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해결한다면 나머지 지표들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행복은 돈으로 환산될 수 없고, 아이들의 삶 역시 돈으로 치환될 수 없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 놓고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자살도, 고립도, 중독도, 초저출생도, 희망 부재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물론 어른들 역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고.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한다. 정치란 현재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미래로 이끌어 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홀로가 아니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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