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의 표지 사진은 스웨덴 학생인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 변화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어른들에게 항의하는 시위 모습이다.

 

  이제 어린 학생들도 기후 변화가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자신들에게 미래는 없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한 학생에게서 시작된 시위가 전세계 젊은이들에게로 확산되어, 우리나라에서도 학생들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시위를 하게 되었다. 그만큼 위기의식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남북관계에서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어느 정도 남북 긴장관계가 완화되고 북한만이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가 논의되고 있는데, 이러한 비핵화와 더불어 미래세대가 살아갈 세상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호 제목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녹색화'이다. 단순히 핵을 없게 한다는 의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녹색화, 즉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바꾸는 것에서, 그것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천혜의 자연자원이 된 그곳을 다시 자본주의가 침투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주장인지...

 

한반도 비핵화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정치 분야, 군사 분야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비핵화는 녹색화로 나아가야 한다. 한반도가 녹색화 되지 않으면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도 대처할 수 없게 된다.

 

정치, 군사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후세들이 살아가는 데는 더 힘든 세상을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은 지금 우리에게만이 아니라 우리 후세들에게도 꼭 필요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환경 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의 삶에 정치와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고, 정책화되지 못하면 어느 순간 무력하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민의를 대변하는 정치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래서 하승수가 쓴 '선거제도 개혁,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꼭 읽어두어야 할 글이다. 어영부영 지금처럼 식물 국회로 시간을 보내면 정치개혁은 물 건너 간다.

 

정치 개혁이 물 건너 가면 지금과 달라질 것이 하나도 없다. 그냥 말만 난무하다 끝나는 우리 사회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후세들에게는 아무리 남북 관계가 좋아진다고 해도 미래는 없다.

 

후세들에게 주어질 세상은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고, 그것은 바로 지구적 기후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기후 문제에 대해서 지금 정치권은 아무 생각이 없다. 아무 생각이 없기에 정치 개혁이 되지 않으면, 미래는 더더욱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좋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우리 지금 현실을 보라. 우리는 '소품종 다량 생산'에 머물고 있지 않은가.

 

주택문제를 보라. 매양 똑같다. 신도시 건설, 임대주택 건설, 광역 교통망 확장 등이다. 늘 같은, 소품종 대책들이다. 그리고 비슷비슷한 아파트들이 들어선다. 다품종이 아니라 소품종, 아니 독점이다.

 

처음에 5층도 높다 하던 아파트가 10층, 20층, 30층이 되더니 이제는 40층은 기본이다. 빽빽하게 단일 품종이 들어선다. 다양성이 사라진 지는 오래다. 그래서 이런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것을 보면 마치 마약 중독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게 마약을 투여한다는 중독자들. 그들에게 적당한 선은 없다. 자꾸만 더 강해져야 한다. 자신의 몸이, 정신이 견딜 수 없게 될 때까지. 그리고 그 다음은...

 

마약을 끊기 위해서는 웬만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금단 증상이 심하기 때문이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면 마약을 끊을 수 없다. '말콤 X'를 읽다가 그가 마약을 끊을 때 얼마나 괴로워했는지를 알게 됐는데... 그러나 그는 끊었고, 흑인 민권 운동에 앞장 서게 되었다. 그 고통을 감내하지 못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말콤 X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어쩌면 이런 마약중독자와 같지 않을까. 우리는 중독되고,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고, 여기서 멈추지 못한다. 멈추려면 한동안은 극한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그렇게 이겨내면 그 다음부터는 수월하다. 이제는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우리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금단 증상을 견뎌낼 수 있는 용기, 참을성, 그리고 서로 돕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제성장이라는 마약에 우리는 중독되어 있으므로, 이 마약을 끊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라는 것이 우리 몸에 필수적인 영양소가 아니라 우리 몸과 마음을 좀 먹는 마약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각오도 해야 한다. 아주 짧은 기간에 해결이 되지 않을 거라는... 그럼에도 꼭 해야 한다는.

 

그 첫발걸음이 정치개혁, 또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경제 성장에 대한 다른 관점 등등이 아닐까 한다. 세상 모든 일은 하나로만 존재하지 않으니... 그 연결고리를 생각하면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를 둘러보아야 한다.

 

적어도 '소품종 다량 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 생산'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고, 우리들 삶을 다양하게 해서 우리 후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해 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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