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평양이야기 - 평양을 제집 드나들듯 했던 대북사업 전문가의 「레알 北큐멘터리」
김이경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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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를 일본이라고 했다면, 가깝지만 갈 수 없는 나라를 북한이라고 해야 한다. 그만큼 북한은 우리와 너무도 가깝지만 갈 수는 없는 나라다. 교류도 거의 없고, 접촉을 할 수도 없는,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 있어서 남한에서는 그것때문에,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자신들의 안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남한과의 접촉을 금지하고 지냈던 것이다.

 

분단된 지 벌써 70년이 넘었다. 그런데 이 70년을 우리가 한 민족으로 살아온 5,000년에 비하면 참으로 짧은 시간이다. 이 짧은 시간에 서로를 적대하고, 서로를 알지 못하고 지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인데.. 그러면서도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말을 쓰면서도 얼마나 적대행위를 많이 했는지...

 

이 책은 북한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쓴 책이다. 그래서 아마 북한을 멀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북한 찬양 서적으로 읽힐 수도 있다. 자칭 보수라고 하는 사람, 또 수구로 알려진 사람들에게 이 책을 쓴 사람은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사람일 것이다.

 

세상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란 책을 쓴 신은미는 북한을 호의적으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모습은 많이 줄었다고 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몇 차례 하고, 그것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온 국민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줄었다고 해야 하나.

 

이 책은 남북교류가 활발할 때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라는 남북교류협력단체의 사무총장이었던 김이경이 썼다. 거의 십년을 북한에 왔다갔다 하면서 그들과 만나면서 그들을 알게 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객관적인 사실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교류사업을 했던 사람으로서 감정이 담긴, 그것도 평화통일, 남북교류에 대한 열망이 담긴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에게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곤란한 내용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북한을 비판하기보다는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기에 북한의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북한을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우리는 어쩌면 북한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만큼 북한에 대한 정보는 제한되어 있었고,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북한에 대한 과장된 또는 왜곡된 정보들이었지 않나 싶다.

 

그런 정보들로 북한에 대한 이미지를 확보한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며 화를 낼지도 모른다. 북한이 이렇다고? 북한 사람들이 정말 이렇단 말이야? 하면서... 그만큼 이 책은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면이 넘친다.

 

아마도 십년을 함께 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많이 지켜봤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맡은 일이 남북교류사업이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면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다. 여기에 북한에 대해서 다른 시각으로 쓴 책들을 보태면 되니까. 아마 북한은 이 책에 있는 그대로도 다른 책에 있는 그대로도 아닐 것이다. 다만, 이러저러한 면을 지니고 있다는 것. 어느 한쪽으로 북한을 규정하지 말고, 가능하면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된다.

 

글쓴이는 남쪽 사람의 대다수는 심각한 '북맹'이라고 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만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런 책이 나오는 것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우리를 '북맹'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은 바로 남북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것이다.

 

서로 자주 만나면 그간에 쌓였던 오해는 풀리게 마련이다. 뭐 서로 교류가 되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함께 무언가를 해나가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러니 남북이 화해 국면으로 가는 이때,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남북관계가 바뀌지 않도록 화해, 평화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북맹'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이 책은 왜 우리가 북한과 교류를 해야 하는지를 잘 느끼게 해주고 있다. 직접 함께 일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깝지만 갈 수 없는 나라로 북한을 머물게 하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한 민족이고, 오천 년을 함께 해온 우리가 겨우 70년을 분단되어 살았다고 영영 남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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